미 중간선거 결과의 교훈

민주당이 승리한데는 공화당의 선거전략실패가 한몫 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및 위증 스캔들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민생과 직결된 정책대결은 소홀히 하면서 당파적 투표전략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6.25이래 최대 국난속에서도 당리당략이 난무하고 정쟁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 무엇을 해야될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선거 결과에서 매우 고무적인 것은 클린턴 대통령의 지도력 회복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수렁에서 벗어나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체제안정은 세계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주가와 달러화가 급등세를 나타낸 것도 그런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중간선거 승리로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는 거의 변화가 없겠지만 지금의 세계경제상황은 미국의 적극적인 지도력 발휘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공화당이 지배한 의회가 반대해온 국제통화기금(IMF) 자본금 증액을 조속히 이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금리인하도 확산돼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아시아지역에 대한 지원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오는 1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어떤 대책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미 중간선거의 결과는 최근 물꼬가 트인 남북경제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지위를 유지함에 따라 제동을 계속 걸 것이 예상되기는 하나 입지가 약화되어 클린턴 행정부의 기존 대북협상노선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지도력 회복이 세계경제위기 해소와 남북관계개선에 큰 힘이 되어 신3저(新3低)현상과 함께 우리 경제에 훈풍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