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방침 관철돼야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연내 폐지할 방침이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다시 보류하기로 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중과율 적용을 2년 재연장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 개편안을 여당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다주택자 중과세와 같은 징벌적 세금이 계속 남아 민간의 주택투자를 억제한다면 그 부작용은 수년 후에 전세대란과 같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며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재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를 보류한 것은 감세철회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가 자칫 '친서민 정서'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라는 경제논리보다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피해보겠다는 정치논리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다주택자 중과세는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져 오히려 서민생활을 옥죄고 있다는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거래가 끊어지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작아지자 매매 수요가 전월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전세 가격 폭등은 서민들의 주거난을 심화시키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는 주택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일부 다주택자들 때문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주택거래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크게 달라졌다. 집을 가지고 있으나 과도한 이자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하우스 푸어'까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이처럼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다주택자 중과제도를 없애더라도 집값이 오르거나 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주택 가격이 다소 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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