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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6년 결혼한 백모(67)씨와 김모(66)씨는 남편 백씨의 잦은 외박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 백씨는 1996년부터 A씨와 내연관계를 가지며 딸을 낳았고 2000년부터 현재까지 A씨와 동거 중이다. 2012년 백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김씨는 "두 자녀가 미혼이고 백씨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1·2심은 백씨가 유책(有責)배우자인 점을 이유로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사례와 같이 외도 등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요구로 이혼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26일 대법원이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 이혼 청구할 수 있나'를 주제로 연 공개변론에서다.
백씨의 대리인인 김수진 변호사는 이혼법이 유책주의가 아닌 파탄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이 났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와 관계없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파탄된 혼인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노력은 부부를 비롯해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며 "법원이 유책주의를 엄격하게 고수할 경우 당사자들이 상대방이 유책배우자라는 점을 주장·입증하도록 해 서로 간의 반목과 증오만 키울 뿐 혼인관계 구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씨의 대리인인 양소영 변호사는 유책주의 유지를 주장했다. 양 변호사는 "국가는 헌법상 혼인과 가족생활제도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의 유책주의 원칙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부정행위를 해 혼인계약을 깬 자가 혼인이 파탄됐으니 해방시켜 달라며 권리를 남용하는 것을 법이나 판례로 보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바람 핀 남편이 부인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축출이혼(逐出離婚)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