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의 주식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가가 자사주 매매과정에서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가조작 또는 부당이득을 취하려 한 혐의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개입해 속도전을 펼 수도 있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체 검은 머리 외국인의 실태조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자금을 해외투자금으로 위장해 증시를 교란해온 검은 돈들이 긴장할 소식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은 CJ 개별그룹이 아닌 우리 증시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투자 유치는 우리 경제 최고의 미덕이 되면서 각종 혜택을 받았다. 그 결과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 14%대에서 현재는 34%대로 치솟았고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지분의 절반 이상이 이들 손에 들어갔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졌고 이들을 따라 하는 투자자들도 늘어갔다. 일부 기업과 투기세력이 외국자금인 것처럼 행세하는 이유다.
이들의 불공정거래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일반투자자들이다. 지난 2002년 '이용호 게이트'와 지난해 정치테마주 광풍 이후 많은 투자자가 피눈물을 흘린 게 대표적인 예다. 피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증시에 들어온 조세피난처 케이먼제도의 투자자는 2,800명, 투자액은 7조7,000억원에 달했다. 불공정거래에 나설 수상한 돈이 더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은 머리 외국인의 증시교란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할 수는 없다. 자칫 해외자금에 대한 규제로 비쳐 외국인의 이탈을 초래하고 우리 경제를 큰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결국 경보체제를 강화하는 게 최선이다. 조세피난처로부터의 자금유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외국인의 단타매매 정보를 투자자에게 신속히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기관의 역할을 높여 우리 증시의 취약성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