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쿡방'시대… 시청자를 요리하다

'냉장고를 부탁해' '오늘 뭐 먹지 '등 인기 셰프 나오는 요리 프로 봇물
일상적 식재료에 간단 요리법 더해 1인 가구·주부 시청자들에 인기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방송 화면

요즘 TV 채널을 돌리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남자 셰프들이 나와 음식을 하는 요리프로그램 '쿡(cook)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방송가는 요리프로그램과 셰프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뉴로 소개되는 음식도 전문적인 요리보다는 여느 집 냉장고에 있을 법한 재료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간단한 요리를 해 먹을 짬도 안 날 만큼 바쁜 일상에, '집 밥' 먹기 어려운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쿡방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JTBC의 요리 방송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는 전문 요리사인 셰프(주방장)가 '요리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송 당일날 출연진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직접 옮겨 와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만든다. 출연자도 최현석과 샘킴, 레이먼킴 등 업계에서는 유명한 '스타 셰프'들이다. 일상적인 식재료를 기본으로 튀김에 덮밥, 찜, 파스타까지 다양하고 근사한 결과물들을 내놓는다.

올리브 TV의 '오늘 뭐 먹지'라는 방송도 프로그램 제목처럼 매일 메뉴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요리 방법과 레시피를 소개해 인기 쿡방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 요리사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요리 비전문가인 진행자 신동엽, 성시경씨가 직접 음식을 만들며 웃음을 선사해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소개되는 요리도 '만두피 라자냐', '가지 소고기 덮밥', '달걀 범벅'처럼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핫한 요리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시청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tvN의 '삼시세끼'는 제목 그대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가 '주인공'이다. 끼니를 해결하는 사이사이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에피소드를 펼치지만, 결국은 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 프로그램의 과제다. 최근 방송된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는 배우 차승원이 여느 '엄마'에 못지 않은 음식 솜씨를 자랑해 '차줌마(차승원+아줌마)'라는 별명까지 만들어 냈다.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가장 인기를 끈 진행자는 음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셰프 백종원씨의 요리 방송이다. 이 방송은 유명 연예인이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서 하는 1인 형식으로 촬영을 하는 데, 요즘 대세임을 반영하듯 요리 방송이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최근에는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은 주부들이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연령대와 상관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시청하기 때문으로 시청률도 높게 나오는 게 그 반증이다. JTBC의'냉장고를 부탁해'의 시청률은 지난 11일 기준 4%로 비지상파 프로그램으로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요리 방송이 가장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 방송사들이 경쟁이라도 하든 신규 요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현숙 작가공작소 대표는 "요리 프로그램이 예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나오고 있는 방송들은 '느리게 밥을 먹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도심 속의 숲' 같은 존재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고질병'인 '포맷 베끼기'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 처럼 잘 나가는 포맷이면 모두 달려드는 경향이 있는데, 요리 프로그램도 이와 비슷한 형태를 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조금 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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