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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60도 '바다위 냉동고' 수출용 대형 참치 빽빽히
■ 한진해운 '울트라 프리저' 수송현장 가보니초저온 상태 최상품 유지특수화물 진출 2년만에 시장 점유율 30~40%… 덴마크 머스크사 독점
부산=김흥록기자 rok@sed.co.kr
부산 감천항에서 항만근로자들이 한진해운의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에 냉동 다랑어를 싣고 있다. 사진제공=한진해운
지난 6일 부산 감천항의 한 냉동 물류창고 앞. 포크리프트와 항만 근로자, 화물이 한데 섞여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건장한 체구의 남성 근로자 5명이 한진해운의 수출용 컨테이너 안으로 선적물을 쉴 새 없이 옮기고 있다. 이들이 싣는 물품은 다름 아닌 꽁꽁 얼려진 눈다랑어(Big eye). 최고급 횟감용 참치로 꼽히는 어종이다. 이날 실리는 눈다랑어는 꼬리를 잘라놓아도 몸길이가 1m50㎝, 무게 10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상품(上品)으로 일본으로 수출된다.
참치가 쌓여가는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니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온몸의 피부에 와닿는다.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는 자그마치 -60도. 컨테이너 사방 벽에서 서늘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입으로 숨을 내쉬어보니 뽀얀 입김이 새나온다.
화물 선적 현장을 점검하던 박찬종 한진해운 부산판매지점 사원은 "싣고 있는 이 눈다랑어들은 일본 현지에서 1마리당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한다"며 "초저온 냉동상태를 유지해 상품성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는 -25도에서 -35도까지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일반 냉동 컨테이너와 달리 -60도까지 급속 냉동할 수 있는 컨테이너다. 장비 가격이 일반 냉동 컨테이너보다 3배가량 높지만 대신 운임도 평균 1.5~2배 비싸다. 지역에 따라서는 운임이 일반 냉동화물 컨테이너의 6배에 달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
현재 세계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 화물시장의 90% 이상은 덴마크 해운업체 머스크가 독점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0년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 화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해운업체 가운데 울트라 프리저 설비를 갖춘 곳은 한진해운이 유일하다.
사업 초기 단계지만 국내 기점 노선의 경우 이미 상당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진하 한진해운 특수화물 영업팀장 부장은 "국내 울트라 프리저 화물 시장은 현재 한진과 머스크, 일본의 운송중개업체 콜드웨이브가 각각 30~40% 점유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머스크의 독과점이 깨진 것"이라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독점으로 가능했던 고운임 구조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실제 한~일 노선 울트라 프리저 시장이 경쟁체제가 된 이후 머스크의 운임이 20%가량 낮아졌다. 한 대형수산업체 부산사무소장은 "2년 전과 비교하면 머스크가 한국 쪽에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 장비를 보내는 빈도 역시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현재 한진해운의 매출 가운데 울트라 프리저 등 특수화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이 비중을 오는 2015년까지 14.4%로 늘릴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이를 위해 지난달 국내 지점에 특수화물팀을 신설해 한국발 냉동 화물 영업을 강화했다.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 추가주문도 진행하고 있다.
이 부장은 "한~일 구간을 시작한 후 필리핀과 스페인에 이어 에콰도르 등 중남미 지역에서도 울트라 프리저 수송 요청이 늘고 있다"며 "세계 시장 20%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