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2월 17~22일 하자"

정부, 北에 금강산서 개최 공식 제의 … 성사 가능성 높아

정부는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2월17일부터 엿새간 금강산에서 갖자고 27일 공식 제의했다. 남북이 2월17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면 지난 2010년 10월 이후 3년4개월여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게 된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늘 오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며 "우리 측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북측이 호응한 데 대해 환영하며 이산가족의 염원을 고려, 2월 17일부터 22일까지 5박6일 동안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측이 24일 오후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제안한 후 류길재 통일부 장관 주재로 대책 회의를 진행하며 날짜 선정에 공을 들였다.

김 대변인은 이어 "상봉 행사 준비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29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개최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북측이 우리의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해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적십자 실무접촉에서는 이산가족 상봉단의 숙소 문제와 상봉 규모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측은 대규모 상봉단을 수용할 수 있는 금강산 호텔과 외금강 호텔을 숙소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다음달 말 시작될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 일정이 이번 상봉 날짜 선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인도적 사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일정을 잡는 데 한미군사훈련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금강산 현지에서 상봉 행사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과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했으며 북측과 협의를 해야겠지만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3년 진행된 6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2월 중순에 금강산에서 열린 만큼 날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규모와 방법은 남북이 지난해 합의한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지난해 9월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앞서 우리 측 이산가족 96명이 북한에 사는 가족을 1차로 만난 뒤 북측 이산가족 100명이 남한에 사는 가족과 상봉하는 형태로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상봉 행사는 지난해 추석 계기 상봉 행사가 연기된 것이기 때문에 그때 합의한 인원과 선정된 분들이 참석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르면 28일 오전 전화통지문을 통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한미연합 훈련 일정 등을 문제 삼아 우리 측에 수정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행사 개최 날짜를 우리 측에 일임한 만큼 전면 취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먼저 상봉 행사 개최를 제안한 만큼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는 힘든 분위기"라며 "북한이 적극적인 만큼 행사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북남관계의 파국 상태를 바로잡을 근본책임은 북남 당국에 있다"고 밝히며 이례적으로 남북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북한의 수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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