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SR사 케이시 코웰 회장(해외경영인)

◎“자율적 분위기 최우선”/모뎀시장 선두주자로/컨퍼런스 폰 판매 등 사업다각화도북미 모뎀시장의 1위업체 U.S.로보틱(USR)사의 케이시 코웰회장.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화되던 지난 84년 코웰은 일본 오키반도체의 중역들을 그의 사무실에 초대했다. 당시만해도 별볼일없는 회사였고 사무실 역시 천장에 바른 석고가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회반죽이 계속 코웰의 머리와 커피잔에 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반도체 부품을 얻겠다고 코웰은 계속 침방울을 튀기고 있었다. 배짱을 부리던 오키측 관계자들은 그의 집요한 노력에 「항복」했고 부품 공급선을 획득한 USR는 이후 성장을 거듭, 북미 모뎀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USR의 존 맥카트니 사장의 말처럼, USR의 성공에는 목적을 정하면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코웰의 집념이 숨어있었다. 코웰은 USR라는 회사를 우연한 기회에 설립했다. 70년대 후반 로체스터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그는 졸업을 앞두고 사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발동했다. 지금이야 미국내에 대학생 사장들이 많다지만 당시에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시카고 대학시절의 친구들과 사업을 구상하던 코웰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고전 「로봇」을 읽다 무릎을 쳤다. U.S.로보틱스(USR)라는 이름을 떠올린 것이다. 컴퓨터쪽에 관심이 많았고 처음에는 『뭔가 해야겠다』는 욕심 하나만으로 회사를 꾸려나갔다. 그의 욕심은 모뎀의 원조격인 음향결합기(데이터통신에서의 변복조 장치)를 최초로 개발, 판매하면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이어 80년대 초 애플컴퓨터가 모뎀개발을 위해 이 음향결합기를 택하면서 USR는 급성장의 길로 들어선다. USR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는데 코웰이 한일은 어쩌면 단한가지밖에 없다할 수 있다. 회사 전체를 자율적인 분위기로 이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코웰이 USR 설립후 줄곧 지켜온 조그만 철학이다. 코웰은 회사 덩치가 커지고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자 재능있는 간부들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지난 83년 제너럴 데이터 콤에서 스카우트한 데일 월쉬에게 권한을 전폭 이양, 월쉬가 지난 1월 모뎀 평균기종 28.8kbps의 두배인 56kbps모뎀을 개발케 한 것이 단적인 예다. 10년이 넘는 기간을 월쉬에게 준 것이다. 95년에는 「파일럿」일레트로닉 오거나이저를 개발한 팜 컴퓨팅사를 매입, 연말에 컨퍼런스 폰을 판매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있다. 최근엔 모뎀 판매시장과 데이터전송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이다. 코웰의 이같은 노력은 지난 회계연도 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두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면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최인철>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