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펑크에 재정 돌려막기 언제까지 가능한가

정부의 세수 펑크를 '급전'으로 메우는 돌려막기가 고착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은행 차입과 재정증권 발행 등 일시차입 과정에서 지급한 이자가 벌써 1,54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제시한 일시차입금 이자상환 예산인 600억원의 세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뿐 아니라 국세수입은 2012년과 2013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10조원 이상씩의 결손이 예상돼 세수 펑크는 4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세수결손이 구조화하고 있음을 뻔히 지켜보면서 근원적 해결보다 땜질처방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다가는 재정부실 증상이 더욱 위중해질 뿐이다. 더구나 올해 정부 차입금은 3·4분기까지 이미 20조원을 넘어섰고 경기부양을 위한 조기 재정집행이 계속되면서 그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정부 재정으로 감당해야 할 경직성 비용은 점점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적연금·기초연금 등 법정 복지지출의 지속적인 증가로 정부 의무지출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부터 50%를 넘어설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만큼 재정의 경기대응 여력이 축소되는 것은 자명하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한국의 경제정책은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췄으나 내수부진, 비교적 높은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직면해온 구조적 문제를 간접적으로만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도 한국 정부의 방만한 재정관리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피치가 권고한 경제 구조개혁 과제와 더불어 복지 부문 재정지출 조정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국민은 정치권의 유혹에 현혹되는 악순환을 이쯤 해서 멈추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대에 지속발전 가능한 경제를 물려주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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