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학교 주변이라도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면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대한항공이 풍문여고 근처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다 최종 불허된 결과와는 다른 판결로 허가 및 불허판단 기준이 관심을 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차행전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호텔을 지으면 안된다고 판단한 기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서울대학교 사범대 부설여자중학교와 부설초등학교에서 약 110~150m 떨어진 곳(상대정화구역)에 지하 4층 지상 16층 규모의 관광호텔을 새로 짓기 위해 서울시 중부 교육지원청에 관련 신청을 했다. 해당청은 부설 여자중학교장과 부설초등학교장에게 의견을 물어본 후 여중 교장 측의 반대 의견을 참조해 신축을 불허했다. 여중 교장은 호텔이 들어서면 대형버스 통행이 늘어나 학생들의 등하교 때 위험이 커지고, 연쇄적으로 노래방, PC방, 술집 등 유흥업소도 근처에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부설초등학교장은 그러나 호텔이 학생들의 학습 등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맨을 위한 객실 위주로 설계가 된 만큼 구조상 내부에 단란주점 같은 유흥주점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지 않고 학교에서 호텔이 조망되지 않거나 외벽 상층부 일부만 조망되며, 대규모 숙박시설이 아닌 만큼 주변 교통량도 증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호텔 예정부지 뒤편에 이미 모텔이 들어서 있어 인근에서 모텔 간판이 훤히 조망되는 상태인데, 호텔이 신축되면 오히려 학생들의 시야에서 모텔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반대로 대한항공이 풍문여고 근처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짓기 위해 서울시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2010년 제기한 행정소송은 3심까지 간 끝에 최근 대한항공 측이 최종 패소했다. 당시 재판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진만)는 "나쁜 영향을 주는 지 판단하는 것은 교육감의 재량행위"라며 "이 사건에서 교육감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지으려는 송현동 호텔의 경우 이번 사건의 호텔과 달리 호텔 부지가 학교 인근 50m 이내인 절대정화구역에 일부 포함돼 있었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통학로나 학교에서 직접 호텔을 볼 수 있는 위치라는 점, 또 호텔 설립으로 인해 교통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달라 판결도 갈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