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제 시행 D-8] 제약사 약값하락 방지 비상

오는 20일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시행을 앞두고 제약업체마다 제품 판매가격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표준소매가제도를 폐지하고 20일부터 판매자 가격표시제를 실시키로 하자 업체별로 자사제품의 판매가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판매자 가격표시제는 약국이나 약사가 의약품에 대한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판매토록 한 제도다. 이제도의 시행으로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익성 악화다. 일단 시행이 되고 나면 고객확보를 위해 의약품의 최종판매처인 약국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따라서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약국은 수익 개선을 위해 가격하락에 대한 부담을 제약업체로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물론 제약사들은 「현재 최소의 마진으로 약을 공급하기 때문에 더이상 낮출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약국에서만 팔 수 있다는 의약품 판매의 특성상 이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주력상품의 가격하락이다. 지금까지 제약사들이 주력으로 삼고 마케팅을 집중했던 상품들은 약국에서 대부분 미끼상품으로 취급된 것이 사실이다. 사실 지금까지 약국은 광고를 많이 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제품들을 싸게 팔고 다른 제품들을 비싸게 판매해 이윤을 챙겨 왔다. 예를 들어 A사의 「가」제품의 공급가가 1,000원이라고 한다면 약국에서는 700원정도에 팔고 1,000원에 납품받던 B사의 「나」제품을 3,000원에 팔아 마진을 취했다. 하지만 판매자 가격판매제가 실시되면 공급가격 미만으로는 팔 수 없기 때문에 「미끼」의 구실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제약사에게 가격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납품단가를 낮춤으로써 약국이 보게 되는 마진폭 축소를 보전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제약업체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물량통제를 통해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이 유일하다. 실제 「메이저」 제약사로 불리는 몇군데는 지난해말부터 주요제품에 대한 공급을 통제하고 영업사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마다 유사한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을 제외하고 이러한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지는 업계 관계자들 조차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C사의 한관계자는 『판매자 가격표시제에 대비, 공급가격 유지에 애를 쓰고 있지만 솔직히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따름』이라고 말했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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