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없는 은행이 온다] <2> 간편결제, 또다른 혁명

비밀번호만으로 온라인 결제 '끝'… 마케팅·소비에 국경 사라져
아마존페이·알리페이·페이팔 등 해외직구족 늘며 시장 급성장세
카카오페이는 한달새 120만 확보
은행에도 시장 진출 길 터주고 모바일 통한 표준화작업 서둘러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지하도에 부착된 알리페이 결제 홍보전단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무경기자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은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액티브X' 때문에 중국인들이 국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시발점은 액티브X였지만 여기서 튄 불똥은 국내에서 '페이팔'과 같은 간편결제사가 왜 생겨나지 못하느냐는 논의로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당국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고객의 카드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점 표준약관 개정 등을 통해 세계적인 PG사 양성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카드사와 PG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간편결제 사업이 이제야 출발을 알렸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아마존페이·알리페이·페이팔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도 편의성을 알고 직접구매를 위해 이들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애플의 애플페이 등 정보기술(IT)·제조업체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 회사들이 대거 진입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 지하도는 알리페이 광고로 도배돼 있어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신용카드사뿐만 아니라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이 간편결제 사업에 진출해 다양한 전자결제 서비스 운영주체가 돼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기술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모바일을 통한 결제 서비스 표준화 작업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외 간편결제 사업, 어디까지 왔나=페이팔은 회원 가입을 통한 회원정보 인증 방식으로 빠르고 쉽게 전자상거래 결제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판매대금이 공신력 있는 제3자인 페이팔을 통해 관리돼 부정거래 발생시 통신판매사업자와 소비자의 중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페이팔은 미국 전자지급결제 시장에서 점유율 52.2%를, 세계 결제액의 18%를 차지하는 굴지의 지급결제 서비스업체다.

급기야 6월 국내 PG사 KG이니시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해외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 미화·현지화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페이팔이 KG이니시스와 협업해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간편결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페이팔의 모회사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굴지의 온라인쇼핑몰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고 있다. 페이팔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파급력이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페이는 2007년부터 로컬 결제사업자들이 국경을 넘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구 결제지원 서비스 '크로스보더' 결제를 준비할 정도로 간편결제 시장의 가능성을 빠르게 엿봤다. 중국에서는 직구족을 의미하는 하이토우족의 직구 규모가 2007년부터 매년 100% 이상 증가해왔다.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크로스보더 결제 제휴사업자를 모집해왔으며 최근에는 대만·홍콩·일본·한국 등 아시아 지역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34개국 1,500개 판매처에서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롯데면세점·롯데닷컴·KG이니시스·KICC 등 400여개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국내 PG 시장은 2012년 기준 거래액 43조5,000억원 규모로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국내 인터넷쇼핑 시장이 지난 3년간 연평균 19.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국내 신용카드 PG 시장도 연평균 26.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6년부터 전자지급결제 사업이 금융감독원의 등록허가제로 변경되면서 자격요건이 최소자본금 10억원 이상, 부채비율 200% 이하 등의 조건만 충족시키면 진입 가능하게 된 점도 급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간편결제 서비스 부문만 떼어놓고 본다면 최근에서야 급격히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7월 PG사가 거래시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를 보관할 수 있도록 승인한 '전자상거래 간편화 방안' 추진에 따라 개별 PG사는 물론 PG기업 간 연합, 카드사와 PG기업의 투자협력 등의 형태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페이다. 9월 출시된 카카오페이는 한 달 새 120만고객을 확보하며 간편결제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간편결제 세계화, 외연 확대·인지도 재고 노력 필수=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은행·신용카드사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모바일 시장에 급속도로 진출하고 있는 만큼 신용카드사 외에 은행들도 시장에 적극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 등 유수의 금융회사가 '클리어익스체인지'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국의 HSBC와 퍼스트다이렉트·네이션와이드 등 은행들은 핀테크기업인 잽과 제휴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편하게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게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도 해외처럼 결제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기술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해외진출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성도 강조된다. 국내 대형 PG사들도 페이팔이 제공하고 있는 에스크로 서비스(판매자의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고 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후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거래 안전장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PG사의 인지도 제고와 간편결제 사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뒤늦은 일처리 관행 극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PG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사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가 PG사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NHN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기업들이 간편결제사업자를 인수하거나 제휴하고 있는데 이는 간편결제사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간편결제 시장의 변화 속도에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대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특허경쟁력 확보 노력과 모바일을 통한 결제 서비스 표준화 작업에 몰두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자금융 관련 소송은 2002년 42건에서 2013년 248건으로 약 6배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제품을 생산·판매하지 않고 특허소송만으로 수익을 내는 해외 특허괴물들이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특허협상 내지 특허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유순덕 한세대 e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모바일을 통한 결제 서비스의 표준화 등 전자결제와 관련된 표준화를 위해 세계 각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모바일 등 IT 인프라 환경이 역동적인 우리나라의 장점을 활용해 국내 표준기반 사용기술을 가지고 국제표준을 추진해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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