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집권을 불과 20일 앞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면 반발하면서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외교부는 4일 통상교섭권 이관과 관련해 "헌법을 흔들고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당선인이 최근 수차례 "통상 기능 이관은 오랜 소신이며 부처이기주의만 없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20일 후 새 대통령을 보좌할 정부 부처가 "그렇지 않다"며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외교안보 주무부처와 당선인 및 인수위원회 사이에 마찰이 빚어져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난항을 겪게 됐다.
외교부는 이날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부 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 개정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법은 인수위가 통상교섭 기능을 외교부에서 분리, 지식경제부로 이관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신설하기로 한 데 따라 정부 대표 임명과 교섭 및 조약체결 권한을 수정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대통령의 정부 대표 임명시 제청권을 비롯해 전권위임장 또는 신임장 발급시 부서권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부여하고 통상교섭에 관한 지휘ㆍ감독권도 외교부 장관을 배제하고 산업부 장관에게 주도록 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이런 방식이라면 조세는 재정부 장관, 범죄인 인도는 법무부 장관 등에게 위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의 외교에 관한 고유 권한을 개별 장관에게 행사하도록 위임하자는 논리로 헌법의 골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또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전권위임장을 발급할 수 있는 것은 직무상 자국을 대표할 수 있는 국가원수, 정부 수반 및 외교장관으로 국한된다"며 "산업부 장관이 정부 대표를 제청하고 이를 위한 전권위임장에 부서하는 것은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밖에도 ▲재외공관에 대한 지휘가 이원화되는 문제 ▲통상교섭의 범위를 두고 부처 간 이견이 생길 가능성 ▲정부조직법 개정이 정부 대표 임명ㆍ지휘ㆍ감독권을 변경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통상교섭권 이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가 이처럼 초강수를 둔 것은 국회 차원에서 통상 기능 이관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경우 다수의 여야 의원들이 현 외교부를 유지하거나 통상교섭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경부는 이 같은 외교부의 강공에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를 외교부가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교섭권 이관을 두고 헌법 골간까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비엔나협약은 적절한 전권위임장만 제시한다면 조약 체결 주체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