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 김치 유네스코 등재와 세계화


최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의 심사보조기구가 '김치와 김장문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금까지 등재 권고 판정이 뒤집힌 예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다음달 초 우리의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리라 기대해도 좋겠다.

전통적인 채소발효식품이자 건강식품인 김치는 한국의 대표 식품이다.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우리 김치(Kimchi)의 국제 규격을 승인하고 미국의 건강 전문잡지 '헬스'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면서 김치의 효능을 알렸다. 2년 전 시카고트리뷴지는 김치에 관한 특집기사를 2개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소개했고 올해 미국 대통령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직접 김치를 담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나라 밖에서 우리 김치가 인맥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해외서 인정받지만 수출은 뒷걸음

하지만 국내 김치산업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 들어 8월까지 김치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한 데 비해 수입은 12%나 증가했다. 우리 국민들의 1인당 하루 배추김치 소비량은 1998년에 84g이었는데 서서히 감소해 2009년 80g, 2011년에는 69g까지 내려갔다. 김치에 소금 함량이 많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와 함께 학교ㆍ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김치를 먹는 기회가 부족한 점 등은 김치종주국의 김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는다.

지난해 김치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79%가 일본시장에 집중됐다. 그러나 일본현지에서 제조한 김치와의 경쟁이 치열한데다 일본 내 절임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되는 추세, 엔저현상 등으로 인해 일본수출이 매년 소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김치에 비해 우리의 중국 수출도 미미하다. 중국은 자신들의 절임채소인 파오차이(泡菜) 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해 100g당 대장균군 수를 30마리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우리 김치가 파오차이와 전혀 다른 식품임을 고려하지 않고 김치수출을 힘들게 하려는 의도다. 중국수출을 위해 중국의 파오차이 규정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급선무다. 김치수출시장을 다변화시켜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지역과 동남아ㆍ 미주 지역까지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

국내외 수요 늘리는 지원책 필요

국내 산업계에서는 김치제품을 다양화해서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고 절임 배추와 같은 반가공 제품과 다양한 양념소를 개발해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학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치의 기능성ㆍ저장ㆍ유통에 이르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정부 당국은 김치산업과 김치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산업 현장 애로점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김치산업이 더 높은 궤도에 오르고 김치세계화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다.

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바로 시장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유네스코의 정신도 그것이 본뜻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김치산업과 연계되고 김치 세계화에도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유네스코 등재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인 김장과 김치를 알려 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인들의 더 많은 관심을 불러오게 하고 국가 브랜드를 한층 더 높이는 시너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 스스로도 한국 식문화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문화의식과 함께 김치산업이 성숙되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