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놓고 남북이 아세안(ASEAN) 관련 회의가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5일 윤병세 외무장관은 중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을 잇달아 만났고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전통우방인 러시아와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를 보였다.
윤 장관은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란 핵협상을 타결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란 핵협상에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북핵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러시아 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만남에서도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진행된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북한의 추가도발 억제와 비핵화 대화 재개 필요성 등을 강조했고 상당수 아세안 국가들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국가는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와 9·19 공동성명 준수,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도 이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다. 북측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적대시적챙 탓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지지를 당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리수용 외무상에게 “러시아는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역내 모든 국가, 물론 북한의 안보가 충분히 보장되는 것을 원하며 북한의 정당한 이해가 예외없이 모두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북측의 입장을 옹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ARF 회원국인 파키스탄과도 양자접촉을 가졌고 미얀마, 라오스와도 양자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수용 외무상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도 만나 핵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