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이 한·미간 통상마찰을 부르지는 않을까.반도체 빅딜이 LG그룹측의 100%로 지분 양도로 일단락되면서 5대그룹 빅딜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빅딜과 한·미간 통상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최대수출국인 미국이 가만히 앉아 있을 리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올들어 보호주의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은 특히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가 국민총생산(GDP)대비 2.7%인 2,300억달러수준으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조일 태세다.
현재로선 미국이 우리나라 빅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경쟁법(독점금지법)들이다.
빅딜 업종의 경우 미국이 경쟁관련법을 적용시켜 규제를 가한다면 대미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내에 자회사를 둔 기업들간의 인수·합병(M&A),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큰 업종에서의 인수·합병은 미국 경쟁관련법의 역외적용 우선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빅딜대상업종중 우선 자동차와 반도체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자동차는 세계 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36.5%에 달한다. 이들 업종은 지금도 미국정부가 촉각을 세우고 여차하면 통상마찰을 불사하는 분야.
미국은 과연 자국의 경쟁법을 역외적용시킬 지에 대해 정부의 판단은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빅딜과 미국의 경쟁법 적용문제」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5대재벌간 빅딜의 대상업종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내수산업인데다, 현재의 기업 구조조정이 국제통화기금(IMF)와의 협의하에 이뤄지고 있어 통상마찰의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기업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법령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1890년 제정된 셔만법은 담합와 독점화를 금지시키고 있으며, 1914년 크레이튼법은 반경쟁적 인수·합병을 금지시키고 있다.
하트- 스코트- 로디노법(HART - SCOTT - RODINO ANTITRUST IMPROVEMENT ACT)는 공정한 M&A절차를 규정하고 있고 로빈슨 - 패트만법은 가격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외에도 대외무역독점금지 강화법, 국제독점금지법 집행지원법, 반트러스트 역외적용지침등 경쟁정책 대외적용 확대 관련법도 갖고 있다.
정부는 5대그룹의 빅딜과 관련해 미국이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법률로 크레이튼법과 하트-스코트-로디노 법, 대외무역독점금지 강화법을 들고 있다.
일례로 지난 82년 제정된 대외무역독점금지 강화법은 「미국경제에 직접적이고 상당하며, 예측가능한 반경쟁적 행위를 하면 미국의 경쟁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사업교환의 형태로 M&A가 이뤄지는 경우 반 경쟁적 M&A를 금지하는 크레이튼법과 M&A절차법인 하트- 스코트- 로디노 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M&A의 경쟁제한성은 M&A에 따른 신화 시장범위 분석 신화 시장집중도 분석 신화 시장진입난이도 분석 신화 시장영향 분석 신화 방어론 및 기타 정상 참작을 통해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5대그룹의 빅딜이 미국 경쟁법 역외적용 대상이 되느냐의 여부는 미국 경쟁정책당국인 법무부(DOJ)와 공정거래위원회(FTC)의 판단에 달려있다.
정부는 DOJ와 FTC가 빅딜 업종의 대미수출등으로 미국의 상행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느냐의 판단과 함께 국제적 예우, 정책적 차원에서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미국 경쟁당국은 미국 독금법을 직접 적용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경쟁당국과의 접촉을 통해 빅딜의 미국 경쟁법 제한 가능성을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빅딜이 형식적으로는 기업자율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IMF와의 합의아래 이뤄지고 있는 점도 미국경쟁법의 역외적용 가능성을 낮게 하는 요인이다.
더욱이 대외무역독점금지 강화법이 제정된 82년 이후 역외적용사례는 단 2건에 불과하다. 미국 컴퓨터 칩제조회사인 애드펙(ADEPEC)사가 현대의 심보이스(SYMBOIS)와 M&A하려다 FTC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독일의 마블(MABLE)사가 브라질의 메탈라브(METAL LARVE)사의 주식 50.1%를 인수하고 사전승인 신고서를 늦게 제출해 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게 전부다.
그러나 무방비상태로 안심해서는 「금물」. 미국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의 빅딜에 대해서는 사전신고등 미국 경쟁법의 규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