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사퇴] 당청 갈등 급한불 껐지만 4·27 재보선 등 앞두고 각개약진 가능성도
입력 2011.01.12 17:28:14수정
2011.01.12 17:28:14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 첫번째 당ㆍ청 갈등을 불러온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자진 사퇴하면서 새해 정국에 거대한 회오리를 예고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정 후보자 사퇴를 전후로 당청 간 갈등양상의 수습노력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청와대 책임론 잠복 등 여진(餘震)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청은 갈등 봉합노력으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앞으로 인사실패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문책론이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또 당이 4ㆍ27 재보선과 내년 총선(4월), 대선(12월)을 앞두고 각개약진하는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독자 행보를 이어나가고 친이명박계 내부에서도 그룹별로 이번 정동기 사퇴 요구처럼 계기만 되면 당 우위 관계설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당청 간 긴장관계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다만 레임덕(권력누수)에 따른 국정 동력 상실은 당청에 모두 부담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는 청와대가 당에 사전 인사협의를 진행하는 등 나름대로 배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 단결 강조, 당청갈등 일제히 봉합나서=청와대는 물론 이재오 특임장관과 당 지도부가 12일에도 당청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일제히 협조를 다짐했다. 지난 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 사퇴요구를 주도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내내 말을 아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인사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당 중앙위 신년하례식에서도 "(당청 간) 특별한 갈등이 있었나"고 되물었다. 청와대 인책론에 대해서는 "책임은 무슨 책임"이라며 입을 닫았다. 안 대표의 공개 사퇴 요구 방식에 전날 유감을 표명했던 김무성 원내대표 역시 "사퇴함으로써 여론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중앙위 행사에서 화두는 '단결'이었다. "이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키자(안 대표)""당에 필요한 것은 단결이다(김 원내대표)" "대한민국이 북한에 비해 부족한 것도, 우리에게 남은 꿈인 조국통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딱 한 개도 단결(김문수 경기도지사)"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책임론 제기 속 갈등 잠복=하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일부 대선주자들과 소장파들은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들은 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자기 목소리를 냈다. 친이계 내에서도 분화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지사는 인사 책임론에 "인사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인사시스템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는 "보도에 따르면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청와대와 당이 상의를 잘 못하니 국민은 한나라당이 이렇게까지밖에 못하냐고 걱정한다"고 꼬집으며 책임론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무상급식에 대한 포퓰리즘 공세를 강화하며 여권주류와 교감을 넓혀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 후보자 사퇴에 대해 "국민의 뜻이 받아들여진 것 아닌가"라고만 언급했을 뿐 책임론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특임장관은 '청와대 책임론'에 대해 "특임장관은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비켜가며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이명박 정부에서 파워게임은 없다. 내가 왕의 남자라고들 하는데 왕의 남자가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연내 박근혜 전 대표에 필적할 만한 친이계 후보가 부각되지 않을 경우 친이계 내에서도 박근혜계로 옮겨가는 '월박(越朴)' 또는 청와대로부터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달 말 개헌의총에서부터 당내 분열 양상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후임 인선은 정치권 여론 수렴할 듯=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정 후보자의 사퇴에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책임론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정 후보자의 사퇴회견을 보고 안타까움을 표시했으나 인책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인책론을 비껴가는 차원에서라도 후임 감사원장은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의 의견을 수렵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 청문위원 중 한 명인 P의원은 "청와대가 새로운 후보들에 대한 인사검증에 착수했다"며 "인사파행을 막기 위해 이번에는 정치권과도 교감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8ㆍ8개각 당시 낙마했던 김태호 총리 후보자 후임으로 김황식 전 감사원장을 내정할 때 사전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