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이 독식하던 롱쇼트펀드 시장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트러스톤운용의 롱쇼트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운용이 트러스톤운용에서 근무하던 매니저를 앞세워 신규 펀드를 출시해 시장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롱쇼트전략(저평가 주식 매수·고평가 주식 매도)을 구사하는 '미래에셋스마트롱숏30(채권혼합)' '미래에셋스마트롱숏50(주식혼합)' 펀드를 이날 출시했다. 이 펀드는 트러스톤운용에서 롱쇼트펀드를 운용하던 김주형 미래에셋 LS(롱쇼트)운용본부장이 운용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1월 말 트러스톤운용을 떠난 뒤 이달 초부터 미래에셋운용에서 근무하고 있다. 트러스톤운용 재직 당시 롱쇼트펀드 붐을 일으킨 김 본부장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서로 판매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반면 롱쇼트펀드 부동의 1위였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김 본부장 퇴사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트러스톤운용의 대표 롱쇼트펀드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주혼] A'에서 2월 이후 697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는데 최근 들어 자금 유출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다이나믹코리아50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 운용 유연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운용역도 교체돼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롱쇼트펀드 2위 운용사인 마이다스자산운용은 자사의 대표 롱쇼트펀드인 '마이다스거북이90'의 판매를 이달 17일부터 잠정 중단(소프트클로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거북이 90' 설정액이 출시 5개월 만에 5,000억원을 돌파하자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신규 자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이다스운용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다른 펀드로 이동할 경우 롱쇼트펀드 시장 구도가 현재와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트러스톤운용 펀드에서 지금처럼 환매가 지속되고 미래에셋운용이 김주형 본부장을 앞세워 롱쇼트펀드에서 흥행몰이를 할 경우 롱쇼트펀드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도 있다"며 "연초 이후 KB·하이·신한BNP파리바·플러스 자산운용 등이 잇따라 롱쇼트펀드를 출시한 만큼 운용사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