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10타를 줄여도 우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버파를 기록하고 정상에 오르는 일도 있다.
무명의 스티븐 보디치(31·호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행운의 챔피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TPC 오크스 코스(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세계랭킹 339위인 보디치는 마지막 18번홀(파5) 보기까지 보태 4오버파 76타를 적어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3타 차 리드를 잡은데다 이날 바람 속에서 다른 선두권 선수들도 부진한 덕에 그는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보디치가 써낸 76타는 PGA 투어 대회 우승자의 최종일 스코어로는 최악의 수준이다. 비제이 싱(피지)이 2004년 PGA 챔피언십 우승 때 마지막 날 기록한 타수와 똑같다. 메이저대회를 제외하면 1983년 켐퍼 오픈 챔피언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4라운드에서 친 5오버파 77타가 가장 높았다.
화려한 우승은 아니었지만 수확은 많았다. 8년간 PGA 투어에서 뛰면서 단 2차례 톱10 입상에 그쳤던 그는 우승상금 111만6,000달러(약 12억원)를 받았다. 아울러 오는 4월11일 개막하는 '명인열전' 마스터스 출전권도 극적으로 손에 넣었다.
윌 매켄지와 대니얼 서머헤이스(이상 미국)가 공동 2위(7언더파)에 올랐다.
보디치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그는 호주의 정신질환 비영리 치료단체인 '비욘드블루'에서 활동하고 있다.
재미교포 케빈 나(31)는 4타를 잃고 5위에서 공동 11위(3언더파)로 밀렸고 노승열(23·나이키골프)은 공동 16위(1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