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가업승계 지원 요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7일 “우리나라는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감안하면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65%에 달한다”며 “과세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지원은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보다 불리해 원활한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가업승계 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상속시점까지 납세유예하고 가업상속세로 정산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행 ‘가업승계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는 가업승계목적의 주식 증여시 증여재산가액 최대 30억원을 한도로 5억원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에 대해 10%의 저세율로 과세한다. 과세특례 적용주식은 부모 사망시 상속재산에 합산돼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갖추면 100% 공제 받을 수 있지만 30억원을 초과하는 증여주식은 10~50%의 일반 세율로 과세된다.
상의는 “현행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도입후 7년째 동일한도인 30억원을 유지해 증여세 경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과세특례 최대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거나 사전증여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상속시점까지 납세유예한 후 가업승계요건을 갖추면 증여세는 면제하고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 가업상속세로 정산할 것”을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가업승계주식 증여에 대해 승계자가 5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고용의 80%를 유지하면 증여세를 상속시점까지 납세유예한 후 상속 시 증여세는 면제하고 80%의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 상속세를 부과한다. 독일과 영국은 상속과 증여를 구분하지 않는다. 독일은 상속과 증여 구분 없이 5~7년 간 가업을 영위하며 고용의 80% 이상을 유지하면 가업승계자산의 85~100%를 상속세나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영국은 별도의 고용유지의무 없이 가업상속과 증여에 대해 동일하게 승계자산별로 50~100%를 공제한다.
피상속자가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해야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국내 규정도 원활한 가업승계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독일과 일본은 가업승계 지원에 피상속자의 과거업력 기간에 대한 요건이 없고, 영국은 2년 간 가업을 영위하면 된다.
피상속자의 업력 기간에 따라 상속공제한도를 20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까지 차등 적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일본, 영국은 모두 피상속자의 과거 업력기간과 관계없이 동일한 세제지원을 하고, 독일은 가업승계 후 승계인의 가업유지기간과 고용창출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상의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열거된 업종에 한해서만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방식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독일과 영국은 가업승계 지원 업종에 제한이 없으며, 일본은 자산관리회사 등 일부 업종만 지원을 배제하는 포괄주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상속세 과세방식도 실제 상속받는 재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와 영국은 피상속인의 유산총액을 과세표준으로 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과세방식’이지만 독일, 일본 등을 비롯해 상속세제를 유지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상속재산을 과세기준으로 상속인별로 누진과세하는 ‘취득과세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전수봉 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 상속ㆍ증여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가량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적으로 세율이 높아 개별 납세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가업승계 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경쟁력을 갖춘 장수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