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대형 정보통신(IT), 제약업체들이 지난 8년간 역외 현금 축적으로 평균 25%의 세금감면 효과를 누려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밝혔다.
FT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14개 IT·제약업체들은 지난 8년간 해외 수익이 3배 가까이 늘고 연간 매출은 24% 증가했는데도 이 같은 방법으로 세금을 25%나 덜 냈다. 이들 14개사가 해외에 쌓아둔 현금은 총 5,000억달러(약 508조원) 규모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납부한 세율은 평균 10%에 불과했다.
조세 전문가인 마틴 설리번은 "이는 이들 기업이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아일랜드·싱가포르·버뮤다 등 세율이 낮은 국가로 소득을 옮겨가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들의 이 같은 조세회피 움직임을 두고 기업 절세의 '황금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올 1·4분기 현재 애플·MS·구글의 전체 현금 보유액 가운데 역외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8%, 91%, 58%를 기록했다. 제약업체인 화이자와 머크도 같은 기간 역외 현금 축적액이 각각 80%, 85%에 육박했다. FT에 따르면 이러한 수치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본국으로 들여올 때 부과되는 세율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영국(21%), 싱가포르(17%), 아일랜드(12.5%)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올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 인수를 추진하며 세금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에 따라 자국으로 들여오는 해외 수입에 대해 임시 면세기간을 적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미국 합동조세위원회(JCT)는 세입감소와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