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 청해진해운으로 재기한 세모그룹 또 위기

청해진해운, 오대양 사건으로 몰락한 세모그룹 재기 발판
유병언 전 회장, 개인주주 모아 2008년 지주사체제로 전환

‘오대양 사건’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던 세모그룹이 청해진해운을 발판삼아 지주회사 체제로 재건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대양 사건은 지난 1987년 공예품 제조업체 오대양의 용인 공장에서 사장과 종업원 등 32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오대양 사건과 관련한 상습사기 혐의로 체포돼 1992년 징역 4년형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3부자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청해진해운을 통해 우뚝선 세모그룹이 또다시 와해의 위기를 맞고 있다.

22일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련 회사들의 감사보고서와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세모그룹이 최종 부도를 맞은 지 1년 반 뒤인 1999년 2월 개인주주들을 모아 자본금 34억원으로 설립됐다.

수십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개인주주는 유 전 회장과 연관된 사람들로 추정된다.

청해진해운은 한강 유람선으로 유명한 ㈜세모에서 1997년 분사된 세모해운의 선박과 사무실 등 유형자산을 120억여원에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 7월엔 조선업체 ㈜천해지가 ㈜세모의 조선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된다.천해지의 초기 주주는 ㈜새천년, ㈜빛난별 등 법인과 우리사주조합이다.이들 두 법인의 실체를 알 수 있는 공식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이때까지만해도 유씨 일가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3년 뒤인 2008년 천해지의 주주구성은 아이원아이홀딩스와 ㈜다판다, 문진미디어 등으로 바뀌는데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새천년의 지분율(70.13%)과 같고, 나머지 두 회사는 ㈜빛난별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 소유한다.

같은 해 청해진해운의 주주구성도 증자를 거쳐 개인주주에서 ㈜천해지(19.3%), 아이원아이홀딩스(9.4%) 등으로 바뀌고 이후 추가 증자로 개인주주의 지분은 점점 희석된다.

반대로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최대주주인 ㈜천해지(39.4%)의 지분은 갈수록 높아진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44)씨와 차남인 유혁기(42)씨 등 유씨 일가가 주축이 돼 지난 2007년 10월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시 이들 형제의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17억원씩 출자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시기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배구조는 다른 회사와 달리 설립 당시와 변함없다.

결과적으로 세모그룹의 주력 사업이었던 연안운송 사업과 조선사업의 요체가 각각 청해진해운과 천해지로 이어진 셈이다.

이들 두 회사가 유씨 형제가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 구실을 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로 넘어가면서 세모그룹이 사실상 ‘패밀리 회사’로 재건됐다고 할 수 있다.

이들 3개사 주변에 등장하는 ㈜다판다, 아해, 온지구, 트라이곤코리아와 문진미디어, ㈜세모도 유씨 형제 또는 아이원아이홀딩스와 거미줄처럼 지분 관계가 엮여 있다.

은행에서 담보대출은 받지만 증자 시엔 외부 투자를 받기보다 상호출자하고, 경영진 역시 관계사의 임원을 임명하는 방법으로 ‘내부결속’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다.

㈜천해지는 지난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했는데 이 때문에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이 70.13%에서 42.8%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천해지를 종속기업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고 손자회사 격인 청해진해운을 ‘유의적 영향력’이 없는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청해진해운에 대한 직접 소유 지분은 현재 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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