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서울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같은 수사기관인 검찰로부터 강제수사를 당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은 2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의 국정원 댓글 사건 외압ㆍ축소 의혹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등 13명을 파견해 지난해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각종 경찰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있다고 판단된 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찰이 경찰의 개인 비리에 관한 수사를 위해 경찰서 사무실을 제한적으로 압수수색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경찰 핵심 기관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해 5월 '선관위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와 2009년 1월 용산참사 수사, 2007년 6월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은 민주통합당이 지난해 12월 수서경찰서에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한 후 서울경찰청이 수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 13일 댓글 작성 의혹을 받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 분석을 의뢰 받은 서울경찰청이 분석 키워드를 78개에서 4개로 줄이게 하는 등 수사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대선을 사흘 앞둔 같은 달 16일 밤 "댓글 흔적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수사 축소를 지시하고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8일 권 과장을 시작으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던 이광석 전 수서서장(현 서울 지하철경찰대장) 등 경찰 간부들을 불러 조사해왔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지난해 수사 당시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지휘부로부터 은폐·축소 관련 지시를 받았는지, 중간 수사 결과를 갑자기 발표한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서울청에서 확보한 압수물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인 뒤 조만간 김용판 전 서울청장 등 의혹 핵심 인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