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은 불안해 보였다. 준비된 원고를 거의 그대로 읽고,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은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북한이 대규모 군 열병식을 열고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성대하게 알렸지만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덮지는 못했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라는 마지막 구호마저 힘없이 들리던 것이 로켓 발사 실패 이후 북한의 흔들리는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호기로운 발사 선언 이후 초라한 결말을 보고 있으니 '이런 결과를 보기 위해 합의까지 스스로 깼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북한은 대화를 통한 남북ㆍ북미 관계 개선의 기회를 차버렸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잃었다. 2ㆍ29 베이징 합의에 탄도미사일 동결이 있었고 안보리 결의 1874호 등을 근거로 위성 발사도 이에 포함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 내부에서는 합의가 성립된 지 얼마 안돼 파기됐으니 누가 협상에 다시 나서겠냐는 우려가 전해진다.
그럼에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우리가 먼저 나서는 전환도 생각해 봄직하다. 물론 강경 대응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공조할 것"이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로켓 발사 직후 발언도 수위가 강하다.
그런데 무턱대고 강하게 제재만 한다면 남는 건 한반도의 긴장 상태뿐이다. 지난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후 유엔이 안보리 결의 1695호를 발표하자 그해 10월 북한은 1차 핵실험이라는 강경책으로 맞섰다. 결국 북한은 그 이후 2008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고 해제 이유 중 하나로 2차 핵실험에 대한 우려가 꼽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유엔 안보리 첫 회의 후 나온 다소 낮은 수위의 '개탄한다(deplore)'는 반응은 이런 고민을 방증한다.
잘못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더 우선이다. 우리의 전략적인 선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