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실리 후수습. 이세돌이 즐기는 전법이다. 그것은 조훈현이나 조치훈이 애용하는 전법이기도 하다. 곧 잡힐 것처럼 보이는 대마를 보강하지 않고 태연히 실리를 취한다. 상대가 화를 내며 칼을 뽑고 달려들면 요리조리 맥점을 짚어 잘도 살아 버린다. 상대방은 닭쫓던 개처럼 허망하게 되는 것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며칠 전에 한국리그에서 이세돌과 최철한이 맞붙었는데 이세돌이 득의의 그 전법으로 나갔다가 최철한에게 코끼리만한 대마가 모두 잡혀 돌을 던졌다. 하지만 이런 불상사는 1년에 한 차례도 일어나기 힘들다. 대개는 공격하는 쪽이 닭쫓던 개가 되곤 한다. 구링이도 이세돌의 기보를 많이 연구했을 터이니 이 전법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인데…. 지금 대국자 쌍방이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는 곳은 상변이다. 흑81의 시점에서 구링이는 백에게 83의 자리 연결을 강요하고 있다. 백이 그곳을 후수로 연결하면 A에 두어 상변의 백 4점을 잡을 예정이다. A로 잡지 않고 참고도1의 흑1로 잇고도 싶지만 그것은 성립되지 않는다. 백2로 버티는 강수가 준비되어 있다. 흑이 3 이하로 수상전을 해보아도 백12면 흑이 잡힌다. 이세돌은 83의 자리에 연결하는 대신에 백82로 버티었다. 이렇게 되면 83 이하 87은 필연. 이세돌이 백88로 끊었을 때 타이젬의 생중계를 맡은 백홍석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8을 소개하며 말했다. "미세하지만 백이 약간 좋아요."(백홍석) 구링이는 상변의 백을 잡지 않고 실전보의 흑91로 변화를 구했다. 이세돌은 백94로 상변의 흑을 몽땅 잡아 버렸다. 중앙의 백대마가 어떻게 될까. 그것이 무사히 살면 무조건 백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