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업계 카드사가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을 시행하기에 앞서 이들 가맹점과 미리 계약을 갱신하면서 낮은 요율에 계약기간을 장기화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가맹점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개편을 무시하고 사실상의 '변칙 계약'을 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움직임을 긴급 파악,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이 같은 '꼼수계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업계 카드사에 여신전문업법 개정안 시행일(12월22일) 이전에 대형가맹점과 부당한 계약을 맺을 경우 엄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만기이전 계약 갱신 ▦장기 수수료율 계약 등에 유의하고 별도의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만기이전 장기 수수료율 재계약 부문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일부 전업계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과 계약을 갱신하면서 장기계약을 맺는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과 수수료율 계약을 체결할 때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금감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전례와 다르게 장기계약을 맺는 것은 개정안 시행 이전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금융 당국의 존재가 부담스럽지만 대형가맹점의 요구가 워낙 거세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지닌 대형가맹점은 계약자 우선법칙을 근거로 법 시행 이전에 계약을 갱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개편안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부당행위를 했을 때 받는 처벌은 벌금 1,000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며 "특히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입장은 다르다. 수수료 개편안이 오랜 시간을 두고 추진해온 만큼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당장 7~8월 사이에 카드사의 대형가맹점 부당지원 현황을 놓고 검사를 실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는 개편안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대형가맹점과 합리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체결한 계약에 대해서도 관련법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