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9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사상 최초로 '세계무역협정'이 타결됐다.
159개 WTO 회원국들이 공통적인 무역협정을 도출한 것은 지난 2001년 회원국 간 다자 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가 시작된 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995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신하는 WTO 체제가 출범한 이래 전세계 각국이 동일한 무역협정을 내놓은 것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7일(현지시간)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회원국 대표들이 타협안인 '발리 패키지'에 합의하고 이를 승인하는 각료 선언을 채택했다"며 "WTO가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시한을 넘긴 마라톤 협상 끝에 도출된 이번 협정에는 통관절차 간소화 등 각종 '행정적 비관세 장벽(Red Tape)'을 제거하고 신흥국들의 농업보조금을 4년간 유예하는 등 선진국·개도국 간 무역장벽을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전세계 경제에 1조달러 규모의 부양효과와 일자리 2,000만개가 더해질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정안은 관세·보조금의 추가 감축 등 핵심 논제가 제외된 '잠정안' 성격인데다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주요20개국(G20) 위주의 각종 무역협상이 이미 주류로 자리잡은 상황이어서 무역협상에서 WTO가 차지하는 위상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