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은 환매에 적극적이지 않은 증권사에 대해 주식, 채권매매 약정을 중단했으며 수익증권 환매를 위해 은행권이 연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신탁담당자들은 지난 27일 회의를 갖고 전체 증권, 투신사에 만기가 지난 비대우 부문 수익증권을 환매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식서한을 발송했다.
은행들은 증권, 투신사의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수익증권 환매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며 수익증권 환매를 촉구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정부도 11월 중순 금융기관의 수익증권 환매를 자율적으로 진행하라고 시달한 만큼 증권, 투신사들은 환매에 협조해야 한다』며 『환매에 소극적인 삼성증권에 대해 최근 주식, 채권 약정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은행의 명의로 공식서한을 보냈기 때문에 증권업계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개별 은행이 약정중단 등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은행권 전체가 집단행동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증권도 최근 일부 은행들로부터 법인카드를 회수당했다. 법인카드의 회수는 약정중단을 의미한다. LG증권 관계자는 『계좌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는 아직 없지만 은행권 약정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수익증권 환매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주식, 채권 약정에 불이익 준다는 방침을 해당 증권사에 통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신탁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증권에 자금이 묶여 신탁운용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증권, 투신이 환매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회사로 증권, 투신사를 가진 시중은행들간에는 서로 상대편 수익증권을 환매해 주는 등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증권업계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환매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데다 은행권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다른 금융기관의 환매요구도 거세질 것이 뻔하기 때문.
삼성증권 관계자는 『약정중단으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은행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며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은행이 자제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