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
11세기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은 이슬람 치하에 있던 성지 예루살렘과 팔레스티나의 탈환을 위해 동방 정벌에 나선다. 이 십자군전쟁의 태동은 종교적 요인이었지만 봉건영주와 기사ㆍ상인ㆍ농민 등 다양한 계층이 원정에 가담하면서 동서양 간 문화 교류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전기가 됐다.
전쟁은 무기와 식량을 비롯한 다양한 물자 보급이 필수적이었고 이로 인해 무역과 거래가 활발해졌다. 상인들은 200년 동안 계속된 십자군 전쟁을 사업의 호기로 적극 활용했다. 특히 지중해를 통한 해상무역이 크게 번창하게 됐고 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ㆍ제노바 등 이탈리아반도의 도시국가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이들 도시국가의 축적된 부는 문화와 예술의 번영을 불러왔고 신에 대한 복종만을 강조하던 분위기에서 인간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조가 등장했다. 사상ㆍ문학ㆍ미술ㆍ건축 등 다방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끈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금융업계는 십자군 전쟁을 앞둔 11세기 유럽과 같은 여러 가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소비자다. 최근 소비자들의 의식이 크게 향상됐고 법적으로도 소비자의 권리가 점점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인터넷ㆍ모바일 등을 매개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은 소비자 위상 강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ㆍ감독당국도 소비자보호와 민원 감소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도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안간힘이 한창이다. 보험상품의 구조를 극도로 단순화시킨 상품도 등장했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기 위해 지급절차도 대폭 간소화하고 있고 보험회사의 경영과 상품에 대한 공시도 크게 개선해나가고 있다. 일회성이나 구호성이 아닌, 소비자의 섬세한 감정과 욕구를 배려하는 새로운 트렌드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이 있다. 거장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가 건축을 맡았던 이 성당은 건축사에 길이 남을 예술작품이다. 중앙통로 길이 186m, 폭 140m에 달하는 이 성당은 들어서면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압도돼 정신을 잃을 정도다. 성당 안에는 '피에타 조각상' '성 베드로의 의자'등 수많은 위대한 예술품들이 있다. 가히 르네상스 문화예술의 정수라 할 만하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들 때 혼신을 다해 만든다. 그리고 혼이 담긴 예술작품을 볼 때 사람들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소비자를 대하는 기업의 마음도 예술가의 정신을 닮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르네상스의 물결이 성 베드로 성당이라는 불후의 건축물을 만들어냈듯이 생명보험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생명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로 귀착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