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적 통신기술 업체 퀄컴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섰다.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독점ㆍ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퀄컴 조사는 이러한 외국 기업 때리기의 최신판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면서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만 덧붙였다. 같은 날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는 "NDRC가 올 초부터 벌이던 반독점 조사를 항공·제약·자동차·화학·통신·가전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의 거시적 조정과 가격감독 등을 담당하는 NDRC는 앞서 삼성·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한국·대만 액정표시장치(LCD) 업체 6곳이 담합했다며 3억5,300만위안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8월에도 다국적 분유업체들에 같은 이유로 벌금을 매겼다. 이 밖에 삼성전자·애플·폭스바겐 등 글로벌 대기업이 줄줄이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의 뭇매를 맞는 형편이다.
외신들은 특히 퀄컴에 대한 조사가 핵심 통신특허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8억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말부터 롱텀에볼루션(LTE-TDD) 기반의 본격 4세대(4G) 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 퀄컴은 4G 기술표준인 LTE의 선두주자로 차이나모바일로서는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결국 로열티 협상에서 자국 기업이 유리하도록 정부가 손을 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풀이했다.
중국이 앞으로 급성장할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고 국내 제조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미국의 칩셋 설계기업인 퀄컴을 압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레노버·ZTE·샤오미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저가폰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며 "중국 국영기업도 국내 칩셋 기업을 속속 인수하며 역량 강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이 중국 통신기업의 스파이 행위 여부를 조사한 데 대한 보복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4G시대 개막으로 큰 수혜를 기대했던 퀄컴으로서는 바짝 긴장하며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퀄컴은 올해 9월까지 근 12개월간 총매출의 49%인 123억달러를 중국시장에서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