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25시] 설연휴에도 공장가동 '구슬땀'

○…초정밀 인쇄회로기판 생산업체인 (주)하이테크교덴(대표 정철·鄭哲·46)은 올 설연휴에 하루도 쉬지 않고 공장을 풀가동해야 할 판이다. 밀리는 수주로 인해 납기일을 정확히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고향의 친지들을 만나 덕담을 나눠야 할 설날에도 쉬지 못하는 230여명의 직원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물론 직원들도 회사사정을 잘 알고 이해해 주기 때문에 고맙기만 합니다』 그래서 鄭사장은 이번 설날에는 보너스 100%에 격려금 30%를 보태 130%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 金모양은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IMF로 인해 보너스는 물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해 설날 기분도 못내고 있는데 설연휴에도 근무해야 하는 우리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동공단 입주업체인 이 회사는 회로 폭및 간격을 0.05㎜까지 제작하는 미세회로의 최고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42층까지 다층 회로기판을 제작하는 초정밀제작업체다. 고주파에 활용하는 임피덴스 콘트롤보드도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PCB 전문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독일 등이 주요 수출대상국들이다. 96년 매출이 31억원 이었던 하이테크교덴은 97년 68억원, 98년 122억원을 기록하고 금년에는 260억원의 매출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어 매년 10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1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고도성장의 배경은 고기술·고품질을 바탕으로 납기일을 최단 단축시키는 「단납기 대응전략」이 적중했고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으로 선진기술을 재빠르게 접목시키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鄭사장은 공휴일에도 공장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휴일에 교대로 쉬는 변형근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번 설날에도 역시 230여명의 직원중 70%는 근무해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한다. 하이테크교덴은 특히 회사의 경영내용과 정보를 전 임직원이 공유, 투명경영을 실천, 노사분규 한번 겪지않는 모범적인 기업이다. 한편, 남동공단내 다아아공구를 생산하는 선진다이아몬드와 배합사료업체인 서울사료, 자동차볼트생산업체인 영신금속공업, 페기물처리업체인 보성산업, 시계케이스를 생산하는 미래피엔티 등도 설연휴와 무관하게 공장을 풀가동한다는 계획이다.【인천=김인완 기자】 ○…울산·온산공단 494개 입주업체중 이번 설 연휴기간 정상가동을 하는 업체는 작업공정상 연속공정이 불가피한 유화업계가 대부분이다. 이들중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울산 석유화학단지내 고합과 고려석유화학 근로자 570여명은 연휴기간인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동안 정상가동에 나서 워크아웃 기간 단축에 비지땀을 흘릴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석고보드공장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한결 숨통을 튼 동부한농화학 470여명의 근로자들은 남구 매암동 복합비료생산공장과 울산석유단지내 SM(스티렌모노머)공장 생산라인 1개를 정상가동한다. 연속공정상 연휴기간 정상가동에 들어가는 외국기업도 상당수 있다. 일본 아사히케미컬사가 지난해 경영권을 인수한 동서석유화학과 합작사이던 ㈜효성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으며 단독운영에 들어간 독일 바스프사 290여명의 근로자들은 4조3교대로 정상근무에 나선다. IMF한파에도 불구하고 가동률 160~170%를 유지하며 해외메이저사들로부터 국내 카프로락탐가격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한국카프로락탐은 지난해 연말 카프로락탐의 공급가격이 톤당 930달러까지 떨어져 어려움에 빠졌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설날을 맞아 노사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정상가동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종원(金鍾元)노조위원장은 『최근 2년 연속 무교섭 임단협 타결과 일부 상여금을 반납한 만큼 이번 설 연휴기간 무사고와 작업공정 개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설 연휴기간 정상가동 업체는 온산공단 입주업체들도 11개사에 달한다. 특히 고려아연 730여명의 근로자들과 이수화학 90여명의 근로자들은 지난해 공장을 풀가동하던 여세를 설 연휴기간에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부도가 난 표백펄프제조업체 동해펄프 400여명의 직원들은 연휴기간에도 공장회생에 나선다. 부도직후 원자재인 칩 확보가 어려워 공장가동을 중단했지만 설 연휴기간에도 밀려오는 주문물량 소화를 위해 휴가를 반납할 예정이다. 【울산=김광수 기자】 ○…광주 하남공단에서 범용선반과 밀링을 만드는 광주남선선반은 이번 설날에도 전원 정상 근무키로 했다. 지난해 부도로 법정관리 개시중 회사 정리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 놓고 인가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직원들의 일념이 연휴반납을 결의하게 된 것이다. 이계승(李桂承·35세)영업과장은 『일본과 미국의 수출건 16만달러 물량과 대리점에서 수주받은 50여대,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에 납품할 물량등이 대기하고 있고 2월달 생산계획을 제대로 맞춰도 28대를 출고치 못 할 형편』이라며 『회사를 살리고 장기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휴일을 반납하고 철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하남공단내에는 설날 연휴를 반납하고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곳이 늘고 있다. 기계를 계속 가동해야하는 일반적인 요인외에 미국이나 해외 수입상들이 그들 기준으로는 구정휴일 개념이 없기때문이다. 비디오 헤드드럼과 모타에 들어가는 로타코아들 만드는 세협테크닉스도 마찬가지다. 김장성(金張星)부장은『비디오 헤드드럼의 경우 130만개를 만들어야하나 풀가동해도 100만개 밖에 안되고 로타코아도 37만대를 주문받아 점심시간도 아끼고 있는 상태인데 휴일을 쉴 경우 주문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협은 직원 60명중 부득이한 직원을 제외하고는 구정 당일 회사에서 차례를 공동으로 지내고 정상가동할 계획이다. 직원들도 『주문이 과도하게 확보돼 있는 것은 즐거운 고민이며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회사도 좋아지고 올 목표 60억원도 달성하게 돼 회사와 직원모두에게 경사가 아니냐』며 만족해하고 있다.【광주=김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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