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선진국 정치권과 중앙은행들간의 공방이 중앙은행의 승리로 일단락되고 있다.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있는 반면 세계적인 경기후퇴에 대응,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유럽 좌파 정권들이 스스로 주장을 철회, 꼬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권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호에서 『올해는 중앙은행의 권한이 신적인 존재로까지 승격된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내년 1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유럽중앙은행(ECB)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 대한 중앙은행의 승리는 17일 오스카 라퐁텐 독일 재무장관이 금리인하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맞았다.
지난 9월말 사회민주당(SPD)정권 출범 직후부터 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 요구를 주장해온 그는 이날 독일·프랑스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가 함께 한 자리에서 『자신이 상황을 잘못 파악했다』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철회한다』고 밝혀 그간 금리인하를 거부해온 분데스방크의 디트마이어 총재에게 백기를 들었다.
라퐁텐 장관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3·4 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5%나 성장했다는 최근 발표로 인해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분데스방크의 시각이 옳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더욱이 독일 사민당정권을 비롯, 유럽 좌파정권이 평균 11%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는 방편으로 유럽경제의 경쟁력 제고 대신 금리인하를 요구한 것 자체가 무리한 접근법이었다는 사민당 내부 비판도 한몫했다.
하지만 정치권과의 격전을 치르면서 신뢰도를 한껏 끌어올린 중앙은행도 그영향력을 현재처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권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전세계 실물경제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점점 사라지면서 역설적으로 존재 이유를 위협받고 있으며 주식 등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무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확대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으로 거품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금리인상 등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