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보수주의의 떠오르는 별인 폴 라이언(42ㆍ위스콘신ㆍ사진) 하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라이언은 사회보장제도 개편, 대대적인 재정지출 축소와 감세를 골자로 한 공화당의 재정정책 설계자다. 그의 부통령 후보 지명으로 미 대선전에서 국가재정 문제가 쟁점으로 전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현지시간) 오전 버지니아주 노퍽의 제2차 대전에서 활약했던 퇴역전함 'USS 위스콘신' 앞에서 롬니 후보는 라이언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며 "다른 당의 많은 사람들은 라이언과 의견을 달리하겠지만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성품과 판단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라이언 의원은 롬니 후보와 자신을 묶어 정치적 경륜과 민간기업 등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거친 현안들'을 잘 처리하며 미국을 제대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롬니 전 주지사와 라이언 의원은 이날부터 나흘간 버지니아ㆍ노스캐롤라이나ㆍ플로리다ㆍ오하이오주 등 지난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한 경합주들을 버스로 돌며 선거운동에 나선다.
현지 언론들은 라이언의 부통령 후보 지명은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판세를 바꾸기 위한 깜짝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라이언 의원은 롬니보다 23세 어리며 그의 맏아들과 동갑이다. 라이언 의원의 종교는 가톨릭으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모두 비기독교인(롬니 전 주지사는 모르몬교)으로 구성된 경우는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롬니 후보는 공식발표 수시간 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밋 롬니의 선택은 폴 라이언"이라며 러닝메이트 지명 사실을 알렸다.
롬니 후보는 라이언 지명을 통해 여전히 미온적인 당내외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집결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재정정책 전문가인 라이언을 합류시킴으로써 민주당과의 대립각을 확실히 세워 공화당만이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포석이다.
1999년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라이언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하면서 하원 예산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지난해 국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동안 6조달러에 달하는 정부지출을 줄이고 4조달러의 정부수입도 축소하는 계획을 발표해 일약 주목을 받았다. 이 계획에서 정부지출 축소는 메디케어를 상한이 정해진 바우처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등 대부분의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해 개인 부담을 확대함으로써 이뤄진다. 개인 및 기업소득세 역시 대폭적인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라이언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이 같은 공화당의 계획에 대해 백만장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공박한 바 있다.
러닝메이트 발표 후 공화당은 경제전문가인 라이언 의원이 롬니 후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치켜세우는 반면 오바마 캠프와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캠프 책임자인 짐 메시나는 "롬니 전 주지사는 라이언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함으로써 부자감세와 중산층 증세라는 경제정책을 주도한 공화당 지도자를 선택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라이언 의원은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미 경제를 붕괴시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무모한 경제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며 둘의 조합이 '재앙적 실수(catastrophic mistake)'라고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측근은 라이언의 지명에 그가 놀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