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아시안 인베이전'

스카우터 안목 생기고 준비된 이후 진출도 한 몫
올 MLB 10명 맹활약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양키스타디움.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 중 양키스 선수들이 전부 그라운드로 나왔다. 토론토와 신경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1회 말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때리고 나간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40ㆍ양키스)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이 안타는 이치로가 지난 1992년부터 22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만들어낸 통산 4,000번째 안타였다. 1년 평균 안타가 180개 이상이라는 얘기다. 메이저리그 첫해인 2001년부터 2010년까지는 10년 연속으로 한 시즌 200안타 이상을 쏟아냈다. 메이저리그에서 때린 안타는 2,722개(통산 타율 0.320). 4,000안타는 이치로까지 단 3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피트 로즈(4,256개)와 타이 코브(4,191개)는 메이저리그에서만 뛰었다.

아시아인이 메이저리그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1964년 일본인투수 무라카미 마사노리(2년간 통산 5승)가 아시아 최초로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후 노모 히데오와 박찬호가 돌풍을 일으키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아시안 인베이전(침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선수가 많다. 일본과 한국을 필두로 각 팀의 주축으로서 메이저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13명 중 10명이 맹활약=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아시아인은 총 13명. 이 중 일본인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인은 류현진(26ㆍLA 다저스)과 추신수(31ㆍ신시내티) 2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대만투수 첸웨인(볼티모어). 13명 가운데 투수가 9명, 타자는 4명이다.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마감한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와 노장 다카하시 히사노리(콜로라도), 내야수 가와사키 무네노리(토론토ㆍ이상 일본)만 뺀 나머지 10명은 각 팀에서 주연급으로 맹활약 중이다. 아시아인의 활약이 이렇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두드러졌던 해는 일찍이 없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박찬호ㆍ노모 시절 이후 아시아인들의 '골드러시'가 있었다"며 "물론 실패 사례도 있었지만 이들을 통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 '아시아인들도 통하는구나'하는 인식이 심어졌다"고 분석했다. 송 위원은 이어 "이후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들 사이에 아시아인들의 성공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안목이 생겼다"며 "또 선수들 사이에서도 예전처럼 무조건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분위기도 많이 없어졌다. 철저한 준비 뒤 메이저리그를 두드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르빗슈 사이영상, 류현진은 신인왕?=13명 중 최대관심은 일본인투수 다르빗슈 유(27ㆍ텍사스)와 '괴물' 류현진에게 쏠린다. 다르빗슈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최고투수상) 후보이고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신인왕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22일 현재 리그에서 탈삼진 1위(214개), 평균자책점 4위(2.68)에 다승 공동 7위(12승5패)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은 리그 다승 공동 7위(12승4패), 평균자책점 10위(2.95)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횟수는 18차례로 공동 7위.

역대로 아시아인 신인왕은 3명(전부 일본) 있었지만 아시아선수가 사이영상을 탄 적은 없었다. 다르빗슈와 류현진이 사이영상과 신인상을 동반 수상한다면 아시안 인베이전의 화룡점정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추신수는 이날 애리조나와의 홈 경기에서 1회 말 시즌 16호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99호 홈런(99도루)을 기록, 100-100 고지까지 홈런과 도루 모두 1개씩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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