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자기비판서 펴내 화제

이 책은 행자부 교부세과 서기관 허명환(41·행시 26회)씨가 쓴 「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제목의 책으로 자신의 공직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사회의 치부와 병폐를 가감없이 드러내놓고 있다.허씨는 서두에서 『한국에서 공무원으로 출세하려면 세도가 집안출신이거나, 혼사를 잘 맺든지, 그것도 아니면 우수한 대학의 법대·상대를 나와 고시에 붙든지, 아니면 고향을 잘 타고 나야 한다.』 『인사철마다 그 동안 들어놓은 「고향보험」, 「동창보험」, 「동기보험」 등 각종 보험을 동원해 게걸음을 잘하면 보직관리가 되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고 학연·지연을 끈으로 하는 연줄인사, 연공서열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허씨는 지역안배인사를 지적하면서 출신지를 따지는 이유에는 『동향 출신이라야 업무추진상 비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고까지 있다』며 모두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비개혁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백안시하는 60, 70년대식 「뻗치기 근무」도 도마에 올랐다. 『뭘 하는지 감조차 못잡은 채 저녁먹고 또 사무실로 들어오고, 밤12시 돼야 퇴근하고, 이튿날 아침 새벽같이 출근하고, 토요일 일요일 구분도 없이 나오고, 휴가도 반납하는…』식의 분위기로 경쟁력 향상을 외치는 것은 구두선이라고 허씨는 지적했다. 장관들의 비효율적인 국회 답변양상도 비판대상이었다. 허씨는 즉문즉답이 이뤄지는 영국의회와 비교하며 『우리나라 국회 답변 때 장·차관은 물론 복사담당하는 말단직원까지 국회로 이동하고 심지어 기자재까지 당연히 뒤따라가는 현실』 즉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허씨는 집필동기에 대해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나라발전을 주도해왔던 관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만큼, 역설적으로 그 관료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한 2류 국가로 주저앉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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