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랙퀸 조권 "내게 딱 맞는 옷 입은 것 같아요"

뮤지컬 프리실라서 게이 '아담'役
패션감각·발랄함 등 닮은 점 많아
외로운 뒷모습엔 눈물나기도 했죠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게이 '아담' 역을 맡은 조권 /사진제공=설앤컴퍼니

"저한테 딱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에요."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뽀얀 얼굴엔 금새 화색이 돈다. 뮤지컬에서 '드랙퀸(여장남자)' 역을 맡은 남자 배우, 특히나 소녀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이돌 가수 입에서 경쾌하게 나오기는 어려운 반응이다. 그런데 그 앞에 '조권'이란 이름이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평소 각종 예능에서 보여줬던 중성적인 매력과 화끈한 춤사위를 떠올리면 '그 옷이 얼마나 잘 어울릴까'하는 기대가 앞선다.

오는 7월 개막하는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게이 '아담'으로 변신한 가수 조권(사진)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담은 저랑 비슷한 부분이 참 많아요. 패션감각도 뛰어나고 약간의 똘끼(?)도 있고(웃음). 마돈나의 팬인 점도 같아요." 조권과 아담의 궁합은 주위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뮤지컬 데뷔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공연할 때였다. "이지나 연출님이 '너 나중에 프리실라의 아담 역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땐 사실 프리실라라는 작품 자체를 몰랐는데 유튜브로 다른 나라 공연 장면을 보니 추천의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프리실라는 사연 많은 3명의 여장남자가 공연을 위한 긴 여정에 나서며 사랑, 가족,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아담은 특유의 발랄함과 '깐족'으로 각종 사고를 유발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조권은 그런 아담에게서 오히려 외로움을 발견했다. "연습 중 다른 배우의 아담 연기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늘 자신감에 넘치지만, 20대인 그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겠어요. 이 아이가 사랑은 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 별의 별 걱정을 하다보니 그 뒷모습이 무척 외로워 보였어요."

캐릭터엔 깊게 빠졌지만 기상천외한 의상들은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다. 온몸 구석구석이 꽉 조이는 바디수트부터 머리 크기의 서너배에 달하는 대형 모자, 무거운 힐까지. "파격적인 의상이 이걸로 끝이겠지 했는데 계속 나와요. 의상 디자이너들이 미친 사람들인 줄 알았다니까요(웃음)."

아담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서 재미있는 바람도 하나 생겼다. 전 세계 아담들의 총동문회라고나 할까. 그는 "얼마 전 마이클 리 선배님이 6개국 '노트르담 드 파리' 배우들이 참여한 오페라 축제에서 한국어로 '대성당의 시대'를 불렀다"며 "프리실라 역시 전 세계 아담들이 모여 최고를 꼽는 이벤트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7년차 가수지만, 뮤지컬은 이제 두 번째인 신입이다. 욕심나는 배역을 묻자 주저 없이 캣츠의 섹시 고양이 럼텀터거를 꼽는다. '너무 비슷한 캐릭터만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음악도 뮤지컬도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조권다운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똑 부러진 답변 뒤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한마디를 보탠다. "제가 여자였다면 위키드의 글린다(발랄한 백치미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정말 '뿅 가게' 잘 할 자신이 있거든요." 역시 조권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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