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힘이다] 동국제강, 컬러강판 판매 'B2B 넘어 B2D'까지 확대

동국제강이 국내 최초로 생산에 성공한 컬러강판. 동국제강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에코아크 전기로와 같은 친환경·고효율 기술을 선도하면서 컬러강판 등 신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사진제공=동국제강


경북 포항시 대송면에 위치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전경. /사진제공=동국제강

동국제강은 지난 10년 간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리며 기술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R&D는 동국제강이 국내 최초로 '에코아크 전기로'를 도입하고 컬러강판·후판·전기아연도금강판 등 신제품을 가장 먼저 생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특히 친환경 및 에너지 절감이 철강업계 화두가 되면서 동국제강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국제강이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에코아크 전기로는 저탄소·친환경 철강 생산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에코아크 전기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원료인 철스크랩을 전기로에 연속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온실가스배출 저감효과도 거둘 수 있는 설비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에코아크 전기로의 에너지 효율은 기존 설비 대비 30% 가까이 높다. 이 공법은 지난 2011년 국가 지정 온실가스 저감 기술로 공식 인증받았다.

동국제강이 현재 총 7개 라인에서 연간 65만톤 규모로 생산하는 컬러강판도 부단한 기술개발의 결실이다. 특히 가전용 컬러강판 '앱스틸'은 냉장고와 세탁기·에어컨 같은 각종 가전제품의 도어와 측판으로 사용된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다.

앱스틸은 컬러강판의 원자재인 냉연강판에 가공을 거쳐 컬러 프린팅 기술을 적용, 구현한 제품이다. 고객사의 주문에 맞는 패턴과 색깔·질감을 강판에 표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월풀·파나소닉·도시바 같이 내로라 하는 전세계 가전사들에 공급되고 있으며 각 나라의 문화·정서적 특성에 맞는 다양한 무늬와 색상을 담아낼 수 있다고 동국제강측은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의 판매와 관련, 철강업계의 주된 영업방식인 기업 간 거래(B2B)를 확장해 기업과 디자이너간 거래(B2D) 영역까지 개척하고 있다. 2011년 국내 최초의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LUXTEEL)'을 론칭해 건축설계사와 디자이너를 상대로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강이라는 핵심 DNA를 근간으로 건축과 가전 분야의 컬러강판 디자인 역량 강화를 통해 본업인 철강산업의 진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사업인 후판 분야에서도 동국제강은 핵심 생산기지인 당진공장을 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당진공장은 2010년 가동 이후 세계 10대 선급 인증을 비롯해 미국 규격(API), 유럽 규격(EN10225), 노르웨이 규격(Norsok) 등 국제 3대 규격까지 모두 인증받았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극저온용 후판인 E500 강재에 대해 프랑스(BV)와 러시아(RS) 선급협회로부터 각각 인증을 획득했다.

당진공장은 활발한 연구를 통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총 114 종의 신제품을 개발했으며, 올해 34종의 제품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이는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해양플랜트용 후판 종류의 95% 이상에 해당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용 후판은 개발이 워낙 까다로워 당진공장처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동국제강은 당진공장의 기술력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세계 8대 고로 철강사인 일본 JFE스틸과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도전이 거센 형강 사업부문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통해 기술격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이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내진용·초고장력·조선용 형강 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존 메트릭(mm) 단위가 아닌 인치(INCH) 단위 제품까지도 생산하는 제품 혁신을 통해 내수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도 적극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기술 혁신과는 별도로 중국산 부적합 H형강의 무분별한 유입에 대해서는 철강업계 차원에서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중앙기술연구소 'R&D 메카'


이종혁 기자




동국제강 연구개발(R&D)의 중심에는 설립 후 10년 동안 기술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집중해 온 중앙기술연구소가 있다.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는 정진환 초대소장(현 포항제강소장) 주도 하에 지난 2005년 10월 회장 직속기관으로 설립됐다. 이전까지 R&D 인력이 10여명 수준에 불과하던 동국제강은 중앙기술연구소 설립 후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개발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2006년 15억원 수준이던 R&D 지출액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에는 약 77억원까지 뛰었다. 9년 간 5배나 증가한 것이다. 봉형강·후판·제강 등 주요 사업부문에 걸친 연구 실적도 같은 기간 5배 늘어났다.

동국제강은 R&D 설비를 갖추는 데도 힘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324억원을 투입해 2009년 포항에 준공한 중앙기술연구소 사옥을 꼽을 수 있다. 동국제강은 당시 브라질 고로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최첨단 열간압연 파일럿 플랜트 같은 최신 실험 및 연구 장비를 갖추는 데만 11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이 같은 선제적 R&D 투자에 힘입어 동국제강은 연산 최대 312만톤에 이르는 브라질 합작 제철소(합작사명 CSP)를 내년 상반기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동국제강은 냉연 사업을 주로 하는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해 지난 1월 열연과 냉연을 아우르는 종합 철강사로 출범했다. 이에 따라 그룹의 R&D 심장인 중앙기술연구소 역시 냉연 부문까지 연구범위를 확대하며 책임이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현재 연구소의 기존 열연분야 연구팀에 소재·칼라·냉연생산설비를 담당하는 냉연분야 연구팀이 추가됐다. 특히 동국제강은 이번 통합 과정서 중앙기술연구소가 기술개발 및 연구 외에 설비 검토까지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제 중앙기술연구소는 명실상부한 '철강 전문 연구소'로서 입지를 굳히고 회사의 미래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기술력을 쌓는 원천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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