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갤럭시탭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간 특허 공방전이 지속될수록 협상 압박도 강해 질 것으로 보여 타협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판결로 입게 될 삼성전자의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탭10.1은 미국시장에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제품이어서 사실상 단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5월 후속 제품인 '갤럭시탭2 10.1'을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삼성전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며 "삼성전자는 10.1인치 제품 외에도 7인치와 7.7인치, 8.9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태블릿PC를 공급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갤럭시탭10.1은 앞서 두 차례나 해외 법원으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뒤셀도르프지방법원은 갤럭시탭10.1이 애플의 아이패드2의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독일 내 판매금지 판결을 내렸고 한 달 뒤에는 호주 시드니연방법원도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탭10.1의 일부 디자인을 수정한 갤럭시탭10.1N을 독일에 출시하는 방법으로 판매를 재개했고, 호주에서는 항소심까지 간 끝에 판결을 뒤집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할 예정이어서 얼마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점은 앞으로의 소송에서 삼성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법원이 태블릿PC에서 애플의 디자인 권리를 인정한 만큼 향후 나올 판결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이 유럽과 미국에서 다른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에서는 삼성이 유리한 쪽으로, 미국의 경우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조성될 거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본안소송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애플의 '아이폰4'와 '아이패드'가 삼성전자의 이동통신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밝혀 삼성전자는 애플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까지 확보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럽에서 불리해진 애플이 미국 법원의 판결에 소송 전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면 지루한 공방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 압박도 커질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10개국에서 30여건의 특허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직 남아 있는 본안소송이 많아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하지만 특허공방이 길어질수록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에 손실이 크기 때문에 결국은 타협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