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다시 뛴다] LG

'미래 먹거리' 車부품사업 역량 결집
전기차 배터리 공급서 무인차 핵심부품까지
완성차업체와 협업 확대

LG전자가 자동차 전장 부품을 공급하기로 합의한 폭스바겐의 콘셉트카 ''제아''의 이미지컷. /사진제공=LG전자


"시장과 경쟁 환경의 변화가 매우 빠르고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변화의 현상만을 뒤쫓기보다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임원 세미나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시장 선도'를 주창하는 구 회장의 비전은 LG그룹이 전사적으로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자동차 사업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지난 2005년 LG전자가 자동차 내비게이션 분야에 발을 들인 후 8년 가량이 지난 뒤인 2013년 그룹은 본격적인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구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차 부품을 강조하면서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해 VC(자동차 부품)사업본부를 신설한 것이다.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전 계열사의 차 부품 체제'가 이때 처음 갖춰졌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차세대 사업 육성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와 그룹 사업 다각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LG의 야심은 IT융합 기술의 확산과 외연 확대로 전자회사와의 협업을 시도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과 맞아 떨어지면서 하나 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

올 들어 LG전자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무인차의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폭스바겐 등 다양한 업체와 기술 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인 구글은 2020년을 목표로 무인차를 한창 개발 중인 가운데 LG전자는 이 차에 자동차 배터리팩을 공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은 주행 중에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도 자동으로 인식해 차가 멈출 수 있도록 제언한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계약은 첨단 자동차 부품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전자 VC사업본부가 올해 1·4분기부터 처음으로 별도 부문 실적을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성과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다.

아직까지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탓에 매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빠른 시일 안에 LG전자는 VC사업본부에서도 대규모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전자 외에 다른 계열사들도 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열매를 맺고 있다. LG이노텍은 미국 크라이슬러에 차량용 LED를 지난 2월부터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전후방 램프용 플렉시블 LED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LG화학 역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폭스바겐·르노그룹·아우디 등 유수의 완성차 회사와의 협력 관계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계열사들의 차 부품 관련 총 매출은 지난 2013년 2조4,000억원에서 작년 3조500억원으로 30% 가까이 뛰어 올랐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그룹 측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서는 "LG가 완성차 산업에도 뛰어 드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꾸준히 흘러나온다.

"남들이 보지 않는 부분까지 감동을 주는 세밀함, 철저한 실행력으로 가치 만들어야 한다"며 "올해는 물론 중장기 계획한 일 제대로 진행되는지 보고 시장 선도 행보에 박차 가해 달라"는 구 회장의 메시지가 계열사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사업 모형 다각화라는 결실로 차질 없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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