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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독일·프랑스 "계약서 없다니… 상상도 못해요"
노동교육 초중고 필수과목 지정… 노동3권 가르치기도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편의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근로계약서가 없는 탓에 아르바이트 직원은 열악한 노동강도와 불합리한 임금체계 등의 부당대우를 받는다./서울경제DB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 등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은 경우 벌금 500만원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체결을 꺼리는 고용주가 대부분 영세사업자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구두계약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계약은 서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인식조차 없는 잘못된 의식구조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후진적 계약문화를 바로잡으려면 교육과정에서부터 올바른 계약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선진국들은 초중고 교과과정에 '노동교육' 과정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근로계약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독일은 '모의노사관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근로계약 전반과 근로조건이 악화됐을 경우 대응방법 등을 교육한다. 프랑스 역시 고등학교 3년간 의무공통교과의 하나로 주당 2~3시간씩 '시민-법률-사회교육'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데 1학년 때는 근로계약서와 관련한 사항을 상세히 공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력서 작성법' '면접방법' 등 취업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데 비해 프랑스는 합리적 근로계약을 위한 기초지식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근로계약 외에도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위한 노동3권 등 우리나라 교과과정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미국은 중고교의 경제학 교과과정에서 임금과 의료보험 등에 대해 고용주와의 협상을 벌이는 역할극을 통해 근로계약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역할극에는 노동과 경영 분야 전문가가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선진국들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근로계약과 관련한 법률, 고용주가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의 대처방법 등을 교과서뿐 아니라 역할극 등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근로계약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기 때문에 사용자들도 계약서를 쓰지 않는 등의 불법행위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근로계약 문화 개선은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