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L·페덱스와 견줄 글로벌 1위 물류기업 만들 것

■ 1일 통합법인 출범 CJ대한통운 이채욱 부회장
중국·동남아 물량 확보한 해외 물류기업 인수로 2020년 50개국에 거점

이채욱

"한국이 조선ㆍ반도체ㆍ자동차 등 많은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1등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물류산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직도 일감 몰아주기 방식의 '삼류' 전략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CJ대한통운의 신임 대표이사인 이채욱(67ㆍ사진) 부회장이 29일 경기도 이천시 신덕평물류센터에서 가진 CJ대한통운 통합법인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류업계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산업 선진화에 적극 힘쓰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CJ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CJ대한통운과 CJ GLS가 하나로 통합해 4월1일부터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다. 통합법인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 5조5,000억원, 매출 4조8,000억원 규모다. 이로써 CJ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 부회장은 "국내 1등에 연연하지 않고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그가 민간 기업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면서 물류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GE메디컬 아태지역 총괄사장, GE코리아 회장을 역임한 이 부회장은 "GE의 경우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첨단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인천공항에서 페덱스ㆍ쉥커ㆍDHL 등 세계적인 물류회사 시설을 보다가 여기 와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접한 글로벌 물류기업을 모델로 삼아 CJ대한통운의 항공물류 비중을 키우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복안이다.

그는 "인천공항 항공물류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물량의 4분의1을 차지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해외 네트워크가 없어 80% 이상을 해외 기업에 내주고 있다"며 "중국ㆍ동남아부터 해외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외국기업들을 인수해 항공물량 확대에 신경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2조원을 들여 중국과 동남아시아 물량을 많이 확보한 해외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등 총 5조원을 투자해 현재 16개국, 71개 규모의 해외 거점을 50개국, 2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첫 단계로 연내를 목표로 중국에서 연 매출 2,000억~3,000억원대 업체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업체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물류 네트워크가 강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3자 물류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재벌 위주의 한국 경제에서는 제조기업의 자회사가 물류를 수행하는 2자 물류의 비중이 큰 편이다. 전체 물류산업에서 3자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연합(EU) 80%, 미국 79%, 일본 70%, 우리나라 51%로 큰 차이를 나타낸다.

이 부회장은 "입찰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룹 내에서 물류를 맡겨 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직 우리는 물류 관련 법조차 없는데 정부가 3자 물류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어주고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면 3자 물류가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에서는 경기도 광주에 수도권 대규모 터미널을 신축하는 등 시설확충과 양사의 기존 네트워크 공유를 통한 '수도권 1일 2배송'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풍력과 원전, 군수, 대북, 가전·가구 설치 등의 물류사업과 해운사업 본격 진출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를 모두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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