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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규모의 잠실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 대여자가 아닌 개발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문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국·공유지를 현물 출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개정 검토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 부지와 코엑스, 잠실종합운동장 일원을 연결하는 매머드 영동 재개발 프로젝트인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구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기획재정부 및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서울시에 잠실운동장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잠실운동장 국유지와 서울시의 공유지를 맞교환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처음으로 공동개발 얘기를 꺼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시는 잠실 종합운동장 일원 재개발을 위해 국유지인 메인 스타디움 주변 부지 13만5,000㎡(2014년 기준 공시지가 5,706억원)를 시유지인 강남 면허시험장 부지 등과 현물 교환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주경기장 등 일부 국유지가 영동재개발을 가로막는 일종의 '알박기' 같은 존재로 통한다. 잠실 종합운동장 가운데 야구장과 수영장 등은 시유지인 반면 주경기장의 30%와 보조경기장 등은 국유지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땅을 공시지가 수준으로 맞교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국유지를 30년 유상임대만 할 수 있는 현행 국유재산법을 고쳐 문화시설 사회간접자본(SOC)을 개발할 경우 해당 부지를 현물 출자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도 정부가 내놓은 이 같은 방안을 반기는 기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시지가만 5,700억원이 넘는 땅을 사게 되는 경우 재원 조달 문제에 부닥쳐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땅 문제가 해결되면 올해 말 계획했던 마스터플랜 수립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서울시는 코엑스와 한국전력 부지와 서울의료원부지 등이 포함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잠실종합운동장과 탄천 주변까지 확장하는 개발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구상대로 국·공유지의 현물출자가 가능해지면 2조원가량의 잠실운동장 재개발사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사실상 모두 사라진다. 서울시는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사업의 기부채납액의 일정 부분을 재원으로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 같은 '국제복합교류지구'로 지정된 감정원과 서울의료원 부지의 개발이익까지 잠실운동장 재개발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 또 1조7,000억원의 사용처를 놓고 소송전을 불사하겠다는 강남구청과의 갈등을 정부가 중재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강남구는 한전 부지 개발로 생기는 공공 기여금을 강남구에 우선 사용할 것을 요구하며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세종=박홍용·김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