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포장김치가 김장철을 앞두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배추나 무, 고추 등 김장 재료가격이 추락해 직접 담가 먹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판매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산 김치의 저가 공세, 일본의 반(反)한류 등 영향으로 올 들어 수출 물량마저 줄어들면서 국내 포장김치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10월 들어 지난 27일까지 포장김치 판매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8.5% 줄었다. 롯데마트의 포장김치 판매는 앞서 8월에서 전년보다 4.7%, 9월에도 7.4% 줄어드는 등 8월부터 3개월 연속 앞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트 역시 지난 5월 이후 포장김치 판매가 감소 추세다. 지난 5월 이후 꾸준히 4~6% 가량 마이너스 신장세를 보이다 10월 들어서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2.5%나 줄면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포장김치는 올들어 수출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포장김치 총 수출금액은 6,763만6,0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8,017만7,000달러에 비해 15.6% 감소했다.
이처럼 국내외 포장김치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배추, 무, 고추 등 김치 재료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데다 먹거리 안전이 이슈화되면서 직접 김장을 담가 먹으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의 경우 주요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 내 수요가 줄어들고 저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김치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밀리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지난 해만 해도 김치 재료 값이 크게 올라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게 이익이었으나 올해는 사정이 정반대"라며 "이에 따라 포장김치를 구입하기보다는 집에서 담가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방사능 오염 공포 확산 등으로 사 먹기보다는 내 손으로 만드는 게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진 점도 포장김치 수요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포장김치업체 관계자는 "국내 김치 수출량의 60~70% 가량은 일본 시장에서 소비되는데일본 시장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전체 김치 수출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 내에서 한국 전통 김치보다는 그들이 만든 '기무치'를 선호하고 매년 대규모 물량과 낮은 가격을 필두로 중국산 김치가 국내외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점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등 포장김치 업계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