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양적완화 후폭풍 아시아 자산버블·인플레로 흔들

침체에도 자산가격 급등 속
통화정책은 힘 잃어
외환시장 직접 개입 잇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잇단 양적완화 조치로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지역으로 몰리며 자산 가격 버블, 인플레이션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유동성이 고수익을 좇아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ㆍ홍콩ㆍ싱가포르ㆍ태국 등으로 흘러 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은 아시아 통화와 주식, 부동산, 채권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면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의 통화ㆍ환율 정책이 무력화되면서 대책 마련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들어 태국 증시는 26%나 급등했으며 필리핀과 인도 증시도 각각 23%, 21%씩 올랐다. 홍콩 증시도 18% 가까이 상승하면서 24일 기준으로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면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거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4년간 두 배로 뛴 홍콩 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달 중순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실시 직후 4주 연속 상승, 지난주 말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싱가포르 주택가격도 2009년 2ㆍ4분기에 기록한 최저점에 비해 56%나 급등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아시아 통화가치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 위안화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9년 만의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25일 위안화 환율은 6.2425위안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필리핀 페소 값은 4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며 싱가포르달러 가치는 올 들어 6% 올랐다. 홍콩달러 가치도 급등하면서 홍콩 정부는 지난 19일 3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통화 절상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채권시장으로도 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9월 중 인도네시아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13억달러로 전월의 5억4,000만달러에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통계전문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아시아 지역에서 1,580억달러어치의 채권이 발행됐다. 이는 지난해 발행된 1,127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도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통화가치가 절상되면서 수출경쟁력이 추락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아시아 경제를 짓누를 최대 위협은 선진국 양적완화발 인플레이션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방어하고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CNBC방송은 맥쿼리은행을 인용해 지난 9월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절상을 막기 위해 180억달러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경우 엔고를 막기 위해 지난달 19일 자산매입기금을 기존의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린 데 이어 오는 30일 최대 100조엔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포레스터 맥쿼리은행 외환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은 "아시아 통화들에 대한 절상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존 창 홍콩 재무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경제 상황과 분리돼 돌아가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며 싱가포르도 최근 몇 주 동안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중이다. 또 태국 중앙은행은 자국 내 상장법인과 개인의 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해 자본의 해외유출을 촉진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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