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덩치만 커지고 속은 부실해진 건설사들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부실자산을 처분, 일부 지표들이 개선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내 26개 건설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평균 3,136억원으로 2007년에 비해 평균 1,674억원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증가는 유동성 개선을 의미하므로 언뜻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부채총액을 살펴보면 오히려 재무구조가 더 악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26개 건설사의 2007년 부채총액 평균은 1조5,78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조8,692억원으로 무려 1조2,909원이나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2007년보다 줄어든 업체는 단 3곳에 불과하고 21개 건설사의 부채비율은 평균 158% 증가했다. 여기에 자기자본조차 마이너스 상태인 2개 업체를 포함하면 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늘어났지만 빚을 눈덩이처럼 불려 얻은 수익이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수조원 대의 회사채도 건설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이 고점이었을 때 사놓았던 택지들에 대한 금융비용과 미분양이 부채 증가의 원인"이라며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고 경기가 장기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부채를 털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상황이 나빠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부채규모만이 아니다. 지난 5년간 26개 건설사들의 매출원가율은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매출원가율이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영업활동의 능률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매출원가율이 낮아야 수익성이 높다. 지난해 26개 건설사의 매출원가율은 93.52%로 2007년 86.92%보다 6.60%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을 나타내며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 역시 2007년 7.27%에서 2012년 -2.22%로 무려 9.49%포인트나 하락했다. 사업은 지속했지만 손해가 꾸준히 늘어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할수록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경기변동에 민감한 주택사업에만 몰려 재정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선수금 확대, 공공사업 참여사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을 건설사들의 재무 개선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수금을 늘리는 것이나 공공사업 참여자 혜택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건설사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장기적으로 건설업 규모를 줄여나가면서 임대주택관리 등으로의 업종 전환 및 다양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