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북 전주시의 효성 탄소섬유 공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상운(오른쪽) 효성 부회장과 함께 조현상(왼쪽) 효성 부사장에게 ''탄소특화 산업보육센터''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효성

'등산용 스틱에서 인공위성 발사체까지.'

효성이 전북에 조성하려는 '탄소섬유 클러스터(카본밸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전북에서 단순한 등산용 스틱은 물론 인공위성 발사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탄소섬유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탄소섬유로 잘사는 전라북도'를 실현할 계획이다.

24일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인 '씽큐스페이스' 출범식에 참석한 효성의 이상운 부회장과 조현상 산업자재PG장(부사장)은 전북을 탄소소재의 미래 먹거리산업의 근거지로 만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씽큐스페이스'는 탄소와 창조의 C와 인큐베이션(창업)을 합한 개념이다

◇'카본밸리' 육성 위한 장단기전략 시행=이미 지난해 5월 전북 전주에 탄소섬유 공장을 세운 효성은 전북을 탄소섬유 클러스터로 장단기전략을 수립, 동시 추진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탄소섬유 아이디어 제품 사업화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무게가 철의 4분의1에 불과한 탄소섬유의 특성을 활용, 기존 제품보다 훨씬 가벼운 자전거·등산용품·활·악기·발열의자 등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차체, 새시, 조선해양 부품, 요트,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에 이어 항공기 동체·날개, 인공위성 발사체 등 최첨단 산업용 탄소섬유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전북은 농생명·문화 방면에선 발전했지만 산업 기반은 취약해 특화된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경제성장의 물꼬를 터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를 개발한 기업으로서 전북에 첨단 소재기술을 활용한 창조경제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의 전주 탄소섬유 공장은 현재 고성능 탄소섬유를 연 2,000톤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계획에 맞춰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확장하면 연간 생산 규모는 1만4,000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섬유 혁신 중기 100개 '히든 챔피언'으로=대구·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마찬가지로 씽큐스페이스 역시 소재→중간재→복합재 성형·가공→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의 고리를 엮어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효성은 전북에 특히 중간재와 복합재 전문 중소기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 분야 기업 육성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효성과 전북은 오는 2020년까지 탄소섬유 관련 혁신 중소기업을 100개 이상의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하고 우리나라의 탄소소재 기술 수준을 글로벌 톱3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곳이 씽큐스페이스다. 씽큐스페이스는 탄소소재뿐만 아니라 전북의 창조경제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전략을 총괄하고 창업·벤처기업, 대학·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간의 조율을 맡는다. 도내 벤처기업의 자금지원을 맡을 종합지원창구가 설치되며 혁신센터 내에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아이디어 구체화부터 사업화, 판로 개척까지 전 과정에 걸쳐 벤처기업들을 지원할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30여개 기관의 기술·특허·장비·인력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3D프린터를 갖춘 시제품 제작실, 디자인랩 등도 지원된다.

전북 테크노파크에 마련될 일반보육센터에서는 전문 시제품 제작과 6개월간 입주 가능한 사무공간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효성의 전주 공장 부지 내에도 약 1,650㎡ 규모의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가 들어선다. 내년 7월부터 20개 기업이 입주할 이곳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업가들이 '탄소밸리 매칭펀드'와 '씽큐베이션 펀드'의 자금뿐만 아니라 효성의 경영 노하우, 글로벌 판로 개척, 마케팅 등의 지원도 받게 된다. 효성은 이미 지난달 독일·미국 등지에서 열린 국제복합재료전시회에 전북 중소기업들과 함께 참가하는 등 동반성장의 피치를 올리고 있다.

◇버스 무게 600㎏ 이상 줄이는 연료탱크 등 시범사업도=탄소소재 분야의 각종 시범사업도 예정돼 있다. 우선 연료탱크에 탄소소재를 적용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시범운행이 추진된다. 효성과 일진복합소재, 버스운송조합, 자일대우, 전북 각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버스의 탱크 무게가 900㎏에서 370㎏으로 줄어들면 5년간 연료비 1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탄소섬유를 사용해 내구·내화성과 전자파 차폐기능을 강화한 해양 선박용 전선을 효성·신기전선·원광이엔텍과 전북대 등이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향후 보다 다양한 지원사업과 제품 개발을 위해 효성과 전북은 KIST 복합소재연구소,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 7개 기관과도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