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통일을 위한 첫 단계는 북한의 인권 개선입니다. 북한과 수교하고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들이 나서도록 하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인권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사진)이 23일(현지시간) 남북통일에 대한 구상을 담은 칼럼을 자신이 운영하는 '평화와 정의의 재단' 홈페이지에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북5도민 아르헨티나연합회에 따르면 '북한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실린 칼럼에서 에스키벨은 "오랫동안 긴장 속에 있었던 한민족은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는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유엔이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난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 당국은 유엔 결의안을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구금과 고문,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의 행위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에스키벨은 지적했다.
유엔 인권조사위원회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이 주민의 삶과 자유를 존중하도록 하는 사법적 장치나 제재 방법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 등 북한과 교역하고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가 나서도록 하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에스키벨은 강조했다.
에스키벨은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에 대한 신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북한의 동맹국들이 북한의 인권 정책에 대해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해 북한과 이해관계가 있거나 협력하는 국가들은 남북한이 갈등을 해결하고 통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에스키벨은 "가족이 수십 년 동안 만나지도 못한 채 살아온 것도 큰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 시절인 지난 1977년과 1978년 투옥되기도 했던 에스키벨은 중남미에 만연한 인권 억압에 맞서 비폭력 저항 운동을 전개한 공로로 198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80년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자 구명운동을 전개한 에스키벨은 2000년 6월 한국언론재단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강원도 화천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핸드프린팅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