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돼지고기

출하량 넘치는데 소비 줄어 도매가 1년 동안 40% 급락
농가 생산비도 못건져 울상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1년 새 40%가량 급락했다.

공급량이 늘었지만 소비 심리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서다.

12일 유통업계와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돼지 도매 가격이 kg당 2,865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4,559원)보다 4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농가 생산비용(kg당 약 4,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가는 마리당 10만~12만 원의 손해를 떠안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돼지를 판매하는 상황이다.

도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매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삼겹살 소매 가격은 8일 현재 kg당 1만4,254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7,110원)보다 17% 내리는 데 그쳤다.

문제는 올 상반기에도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저가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돼지 도매 가격이 kg당 3,400원~3,600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전망치를 3,000~3,200원으로 낮춰 잡았다. 3~4월 가격도 3,700~4,000원에서 3,400~3,7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돼지고기 가격의 추락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영림 다우리농장 대표는 “돼지고기 소비가 안 되니까 농가뿐 아니라 유통업자들도 어렵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돼지 출하량이 넘치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와 농가는 돼지고기 안정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돈협회는 오는 14일 돼지가격 안정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기업농을 포함한 협회 가입 농가에서 모돈을 10% 감축하고 불량 자돈을 조기 도태시키고 사료업체들에 사료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등의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지난달부터 도매시장에서 돼지 구매·비축물량을 하루 1,500마리에서 3,000마리로 확대하는 등 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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