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회견에서 "우리 경제의 상하방 리스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발언은 지난해 말 4.5%로 제시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큰 변동이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상방 리스크 요인으로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꼽았다. 미국 경제는 최근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등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 총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이유로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중동 지역 정정불안, 일본 대지진 등 예기치 못한 하방 리스크 요인이 발생하면서 전망치 상향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김 총재의 생각이다. 오는 6월 종료되는 2차 양적완화정책(QE2)이 그것이다. 시장에서는 QE2가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축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문제는 미국이 유동성을 회수할 경우다. 김 총재가 이날 '대외불확실성이 금리 동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일본 대지진, 중동 불안 외에 더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미국의 QE2를 꼽은 것은 이 때문이다. 김 총재는 "미국의 QE2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이냐, 글로벌 유동성의 규모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불확실성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FRB의 긴축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와 긴축정책의 강도를 지켜본 뒤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현 미국의 경기회복 추이를 볼 때 일단 3차 양적완화정책(QE3)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건은 FRB가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시점인데 FRB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