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선물회사 4곳이 해외 알고리즘 매매업체들에 고액의 수수료를 받고 한국거래소 부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내의 자사 전용 프론트앤드프로세서(FEP) 서버를 부당대여 해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금감원이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해 KB투자증권·신영증권 등 증권회사 6곳과 선물회사 3곳에 대해 테마검사를 실시했으며 이 중 4곳에서 부당 서버 대여 혐의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현재 검사결과를 처리 중이며 향후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FEP 서버란 회원사가 한국거래소의 주문시스템에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최전방 서버다. 적발된 4곳의 증권·선물회사는 외국계 알고리즘 매매업체들에 매월 2억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 이 서버를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알고리즘 매매업체들이 빌린 FEP 서버를 통해 알고리즘 매매 방식으로 직접 거래를 하면 파생상품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보다 더 빨리 호가 파악 및 주문 체결(저가매수·고가매도)이 가능하다. 이는 회원사가 본질적인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은 물론 투자자 간 차별적인 설비나 속도 차이를 금지하는 금융투자업규정 및 한국거래소 회원시스템 접속 등에 관한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정작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파생상품 시장 수수료 수입 감소를 우려해 거래소가 상황을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일부 증권사와 해외 알고리즘 매매업체들이 펼치는 불공정한 거래방식으로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며 "거래소가 이러한 실태를 규제·단속하기는커녕 수수방관만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영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감리2팀장은 "지금까지 파악한 결과 증권사 4곳이 부당 사용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규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